내년에 고교 2·3학년이 되는 일본 학생들이 사용할 역사 교과서에서 ‘조선인 강제 연행’ ‘강제 징용’ 등의 표현이 사라진다. 구체적으로는 ‘강제’라는 단어가 모두 삭제됐고, ‘징용’이나 ‘동원’ 등의 단어만 사용하도록 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9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고 2023년도 고교 2·3학년 학생용 교과서 239종을 검정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해 모두 14종(일본사탐구 7종·세계사탐구 7종)의 역사 교과서 표현이 바뀌었다.

일선 고교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야마카와출판사의 일본사탐구의 경우 당초 ‘조선인·중국인이 일본에 연행돼 탄광과 공장 등에서 노동을 강제당했다’고 기술했지만, 검정 이후에는 ‘조선인이 징용되고 점령하 중국인도 일본 본토로 연행돼 공장 등에서 일 시킴을 당했다’고 수정됐다. 짓쿄출판 교과서의 경우도 ‘1942년 관의 알선에 의한 강제 연행이 시작됐다’는 문장에서 ‘강제연행’이 ‘동원’으로 바뀌었다.

문부과학성은 검정 과정에서 해당 표현들이 ‘정부의 통일적 견해에 기초한 기술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수정을 요구했다. 정부의 견해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당시 내각이 지난해 4월 27일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강제징용’ ‘종군위안부’ 대신 ‘징용’과 ‘위안부’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정부 입장을 공식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1993년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이른바 종군위안부 문제에 공식 사과한 ‘고노담화’를 설명할 때조차 ‘종군위안부’ 표현에 추가 설명을 달도록 했다. 도쿄서적은 정치·사회 과목 교과서에서 고노담화 내용을 소개하는 단락 마지막에 “‘종군위안부’가 아니라 ‘위안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각의 결정이 (2021년) 이뤄졌다”고 기술을 추가했다. 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표면적으로는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는 채택하면서도, 정작 교과서에는 종군위안부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한 셈이다.

독도에 대한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도 늘어났다. 당초 세계사 과목의 경우 독도 관련 내용이 아예 없었지만, 이번엔 2개 교과서가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썼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분석에 따르면 독도 내용을 다룬 교과서는 역사·지리·공민 과목 교과서 26종 중 21종에 달한다.

이에 대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표현·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상렬 외교부아시아태평양국장은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