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와 함께 원폭피해지 히로시마를 방문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1945년 8월 6일 미군 원자폭탄 투하로 14만여 명이 희생된 히로시마는 기시다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이다.
기시다 총리와 이매뉴얼 대사는 이날 히로시마 시내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함께 헌화하고, 3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에 의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현실적 문제로 우려된다”며 “(핵무기는)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핵 없는 세계를 향해) 미국과 일본이 국제사회를 이끌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러시아의 불법적 전쟁에 대한 대응은 미국과 유럽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책무”라고 답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정치권 내부에서 핵무기 사용 위협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두 나라가 히로시마라는 상징적 장소에서 긴밀한 공조를 과시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매뉴얼 대사는 올해 1월 부임했다. 그는 이날 “미국대사로서 히로시마에 오는 건 중요한 일이고, 이 여행은 (또 다른 원폭 피해 지역인) 나가사키에 방문해야 비로소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한다면 두 도시(히로시마·나가사키)는 무리일지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가고 싶어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상반기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데, 기시다 총리는 이때도 바이든의 히로시마 방문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기시다 총리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이매뉴얼 대사가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만남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 외에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고 긴밀히 연계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