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사히토(가운데) 왕자가 2019년 4월 8일 도쿄 분쿄구의 오차노미즈여자대학 부속 중학교 교정에서 입학식이 열리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아버지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 왕자, 오른쪽은 어머니 기코 왕자비./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이자 왕위 계승 2순위인 히사히토(悠仁·16) 왕자가 왕족 전용 학교 가쿠슈인이 아닌 일반 고교에 진학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왕족이 왕실 전용 고교에 입학하지 않은 첫 사례인 데다, 입학 과정에 ‘왕실 특권’이 적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지난 16일 히사히토 왕자가 도쿄 쓰쿠바대 부속고교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일본 왕족이 왕실 전용 교육기관으로 통하는 ‘가쿠슈인’ 대신 일반 고교에 진학하는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쓰쿠바대 부속고는 매년 도쿄대 합격자를 30명 정도 배출하는 명문고로, 성적이 높은 중학생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고교 입시’를 거쳐야 입학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오차노미즈여대 부속중에 재학 중인 히사히토 왕자는 입시 대신, 이 학교와 쓰쿠바대 부속고 사이에 체결된 ‘제휴교 진학’ 제도를 이용해 진학했다. 오차노미즈 부속중 재학생이라면 입학 필기 시험을 치르지 않고, 면접·서류 심사를 거쳐 쓰쿠바대 부속고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히사히토 왕자가 오차노미즈여대 부속중에 입학하기 2년 전인 2017년 도입됐다.

이 때문에 슈칸신초 등 주간지들은 올초부터 ‘히사히토 왕자가 시험 없이 명문 사립 쓰쿠바대 부속고에 진학한다’며 왕실 특권 의혹을 제기했다. 히사히토 왕자를 위해 미리 입학 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명문고에 부당하게 진학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노골적인 주간지 보도가 이어지자 궁내청이 직접 “미성년자 진학에 대해 추측에 근거한 보도를 계속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발언하기도 했지만, 히사히토 왕자의 쓰쿠바대 부속고 진학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은 재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슈칸신초는 지난해 3월 기타규슈시가 주최한 ‘제12회 어린이 논픽션 문학상’ 중학생부에서 2위로 당선된 히사히토 왕자의 여행기가 기존 여행 가이드북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는데, 궁내청은 16일 “출처를 명기하지 않아 불충분한 면이 있었다”며 사실상 표절 의혹을 인정했다. ‘왕실 특권 비난’ 여론이 더욱 들끓은 건 물론이다.

한편 가쿠슈인은 메이지유신 직후인 1884년부터 왕실 직속 관립 학교로 지정돼, 왕족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이곳에서 교육을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히사히토 왕자의 누나인 마코(眞子)·가코(佳子) 등 젊은 왕족이 가쿠슈인 대신 다른 명문 사립 학교에 진학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지나치게 제한된 환경만을 경험하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