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공영방송 NHK가 TV 수신료를 내지 않는 시청자에게 인터넷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실험을 한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고 TV 시청률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은 NHK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인터넷 수신료’ 도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4일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NHK는 오는 4월부터 수신료 계약을 하지 않은 최대 30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일주일에서 석 달에 걸쳐 이 같은 실험을 진행한다. 그동안 NHK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NHK 플러스’는 TV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에게만 방송 콘텐츠를 개방해왔다.

이번 실험은 지난해 8월 총무성의 요청에 따라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무성 관계자는 “국민의 시청 방식이 급속히 변화하는 가운데, 공영방송도 이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험 배경을 밝혔다.

마에다 데루노부 일본 공영방송 NHK 회장/교도 연합뉴스

NHK는 최근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경영 위기설에 휩싸여 왔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가요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의 평균 시청률이 유명 가수가 대거 등장하는 2부에서도 34.3%에 그쳐 역대 최저치인 37.3%(2019년)를 밑돌기도 했다. NHK 측은 “TV 생방송 대신 스마트폰이나 PC 등 시청 방식이 다양화한 것일 뿐, (NHK의) 존재감은 여전하다”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일수록 TV에 친근감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NHK가 이번 실험을 통해 경영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은 “TV 수신료에만 의지해온 NHK가 ‘인터넷 수신료’를 도입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마에다 데루노부(前田晃伸) NHK 회장은 “공영 미디어로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전달하는 역할과 다양화하는 시청자 요구에 대해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송법 전문가인 스나가와 히로요시(砂川浩慶) 릿쿄대 교수는 “젊은 세대가 NHK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수신료를 지불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더 매력적인 서비스가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