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건강 수명’이 남녀 모두 3세 안팎 길어져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건강 수명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뜻한다.
29일 일본 NHK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인의 건강 수명은 남성이 72.68세, 여성이 75.38세로 집계됐다. NHK는 “조사가 시작된 2001년과 비교했을 때 남성은 3.28세, 여성은 2.73세 늘어났다”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후생노동성은 “평균적인 수명이 늘어나는 한편, 요양·간호가 필요한 뇌혈관·관절 질환이 감소하고 고령자 사회 참여도 확산되면서 건강 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2001년부터 3년에 한 번씩 일본인의 평균 건강 수명을 추산해 발표하고 있다. 그해에 태어난 아기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수명을 뜻하는 평균수명도 중요하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취지였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는 개인이 늘어나는 게 노인 당사자는 물론 의료 비용을 부담하는 정부 입장에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헬스케어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일본이 한 해 연금·의료·장기요양(개호) 등 사회보장급여에 쓰는 비용이 120조엔(약 1240조원) 정도인데 이 중 의료 비용이 40조엔(약 410조원)에 달한다”며 “건강 수명 증대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에서 의료 비용 지출이라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했다.
최근 10년 일본인의 평균수명과 건강 수명의 격차는 2010년 이후 남녀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태어난 일본인 남성은 평균적으로 70.42세까지 건강한 삶을 유지하다(건강 수명), 79.55년 사망할 것으로 추정됐다. 즉 생의 마지막 9.13년은 병치레를 하며 간호·요양시설 등의 도움을 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9년 남성의 평균수명과 건강 수명 차이는 8.73년으로 줄어들었다. 여성의 경우도 2010년 12.68년에서 2019년 12.07년으로 반년가량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