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명 '아베마스크'를 착용한 모습. 입과 코를 겨우 가리는 궁색한 모양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초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제작한 이른바 ‘아베마스크’ 재고 약 7000만장을 폐기하기로 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밤 기자회견을 통해 아베마스크에 대해 “마스크 부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돼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며 “천마스크(아베마스크)의 정부 재고는 희망하는 분들께 배포하는 등 최대한 활용한 뒤 올해 안에 폐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베마스크는 일본 코로나 방역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꼽힌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마스크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거즈로 된 마스크 총 2억 6000장을 제작해 일반 가정과 요양·보육 시설 등에 우편으로 배포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베마스크는 성인 코·입을 겨우 가리는 옹색한 모양새 때문에 금세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가정·기관 배송 지연 사례가 빈발했고, 곰팡이·벌레 등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민원도 이어졌다. 애초에 거즈로 제작된 마스크의 감염 차단 효과에도 의문표가 붙었다.

이 때문에 2021년 3월 기준, 제작 물량 3분의 1에 달하는 약 8200만장이 재고로 남았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115억엔(약 1200억원) 상당이다. 최근 일본 회계검사원(감사원) 조사 결과, 이를 창고에 보관하는 데에만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약 6억엔(약 62억원)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마스크는 21일 참의원 본회의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기시다 총리는 “후생노동성이 직접 검품을 실시한 결과 (지금까지 남은) 아베마스크 재고 7100만장 중 약 1100만장, 약 15%가 불량품이었다”고 밝혔다. 총액 15억엔(약 156억원) 상당의 물량으로, 이 검품 작업에도 총 20억 9200만엔(약 218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국민민주당 소속 가와이 다카노리 의원은 총리에게 “아베마스크 재고가 한달 평균 20만장밖에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이 속도라면 재고를 처분하는데 33년 이상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최대한 지방자치단체 등에 배포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이런 것(아베마스크)를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라”고 했다.

결국 이날 저녁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재정 자금 효율화의 관점에서 결단했다”며 아베마스크 재고 폐기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에 대한 대응은 매일이 시행착오의 연속”이라고 강조하는 등 아베 전 총리를 두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시다는 “코로나 감염 확대 초기인 지난해 봄은 많은 국민들이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곤란해했다”고 상기한 뒤 “국민을 위해 더 좋다고 생각된다면 경위에 얽매이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을 바꿔나가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폐기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고성능 마스크 재고를 다수 확보한 이상 천 마스크 보관에 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 폐기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