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현지 시각) 일본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 거리가 핼러윈을 즐기러 전날 밤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몰려든 사람들 중 일부는 마스크를 턱에 걸쳤거나 아예 하지 않고 있었다. 이날 모인 사람은 수천 명에 달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 연합뉴스

일본의 최근 코로나 감염자가 지난 8월 최악의 상황과 비교할 때 약 100분의 1 수준으로 격감,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쿄올림픽 폐막 직후인 지난 8월 20일 하루에만 2만5992명의 감염자가 나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전 국민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9일 일본 전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 수는 207명으로 줄었다. 최근 7일(11월 3~9일 기준) 평균 하루 신규 감염자 수도 약 194명이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74%(9일 현재)로 한국(77%)과 비슷한데 감염자는 한국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신규 감염자가 줄어들면서 병상 상황에도 여유가 생겼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이나 전문 시설을 이용하는 환자의 숫자는 지난 8월 29일 23만1596명까지 증가했으나 지난 9일엔 1882명으로 줄었다. 사망자 숫자도 하루 10명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7일엔 하루 사망자 0명 기록도 나왔다. 하루 동안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건 일본에선 1년 3개월 만이다. 상황이 개선되면서 일본 방송과 신문에선 코로나 관련 뉴스는 점차 자취를 감췄다. 일본의 감염 환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빠른 데다, 영국 등 다른 국가에서 나타나는 ‘재확산’ 조짐도 아직 없어 이 같은 현상은 일본 내에서도 “미스터리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일본에서도 올여름에 기승을 부린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지난 7월 시작된 도쿄올림픽이 겹치면서 상황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9월 들어서면서 이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일본 도쿄 거리 모습. 전날인 7일 일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15개월만에 처음으로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EPA 연합뉴스

일본 정부 산하 전문가 자문위원회에 해당하는 코로나 전문가 분과회는 유동 인구가 크게 감소한 점을 중요한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9월부터 휴가·방학 등의 이벤트가 줄어들었고, 음식점 주류 판매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치가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 효과도 거론했다. 유동 인구가 줄어들고, 백신 효과가 발휘되는 가운데 일본인들이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등의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한 덕분에 델타 변이가 위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구글이 발표하는 이동량 지표를 살펴보면 일본은 한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동 인구 증가세가 더딘 편”이라고 했다.

일시적인 집단면역 형성,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자연 소멸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테다 가즈히로 도호대 의대 교수(일본감염증학회 전 이사장)는 백신 접종 및 감염에 따른 일시적인 집단면역 효과설을 주장한다. 일본에선 백신 접종이 지난 4월에 65세 이상 고령층부터 본격화돼 델타 변이 확산 시기 고령층의 백신 항체 효과가 높았다. 백신 접종이 상대적으로 느렸던 젊은 층에선 무증상 감염에 따른 항체 형성이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가 합쳐지며 9월 집단면역 효과가 일시적으로 발휘됐을 수 있다는 가설이다. 구로키 도시오 도쿄대 명예교수 등은 일본 내 주류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다 스스로 감염력을 잃고 소멸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바이러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면 일본에서만 감소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일본 내 PCR 검사 건수가 감소한 데 따른 효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9~10월 일본 총리 교체와 중의원 총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가 잇따라, 검사 건수를 인위적으로 축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하루 PCR 검사 건수가 8월 26일 16만8493건(최고치)에서 7일 1만961건으로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 유증상자가 감소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은 의사가 PCR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유증상자만 보건소 무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발열 등 증상이 뚜렷한 환자가 많을 때엔 PCR 검사 건수가 증가하고, 반대의 경우엔 감소한다.

PCR 검사를 받은 사람 중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양성률도 감소하고 있다. 도쿄의 경우 지난 8월 말 양성률이 약 25%까지 치솟았지만, 11월엔 0%대에 머물고 있다. 도쿄의 한 의료 관계자는 “만일 PCR 검사 건수를 줄여 확진자 수를 조작했다면 양성률이 높아졌어야 한다”며 “감염자 수가 줄어들면서 검사 건수도 줄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PCR 검사를 줄여서 감염자가 적게 집계된다고 지적하는 주요 언론 매체는 없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74%(9일 현재)로 한국(77%)과 비슷하다. 최근 일본에선 백신 접종률이 비슷하고 방역 의식도 높은 한국에서 왜 코로나가 재확산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한국에서도 코로나가 재확산하는 만큼, 일본 역시 겨울철 재확산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 정부는 올겨울에는 코로나 대응 체계를 신규 확진자 대신 중증 환자의 수나 의료 병상 이용률, 양성률 등을 중심으로 새로 꾸린다는 방침이다. 무증상 감염자 추적을 위해 무증상자 무료 PCR 검사도 올겨울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