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새로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달 말 예정된 중의원 총선거를 의식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을 미뤘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관저와 외무성은 취임 직후부터 기시다 신임 총리가 조기 통화할 국가 그룹에 “한국을 포함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이어 양국 정부의 전화 통화 일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12일 이후로 한국 측과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기시다 총리는 4일 취임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차례로 통화했다. 이어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8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및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화 정상외교를 일단락한 상태다.
일본의 동맹국 미국과 4국 연합체 쿼드(Quad) 멤버인 호주, 인도, 근린국인 중국, 러시아 등을 1차 정상 전화 외교 우선 순위국으로 분류한 것이다.
쿼드 연합국은 기시다 총리가 강조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한 주축이라는 평가다. 중국 역시 대만해협 및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이슈로 밀접한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이번엔 중국 측에서 빠른 통화를 요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취임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의 경우 미국·호주 정상을 시작으로 전화 회담을 시작해, 나흘 뒤에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도 전화로 인사를 나눈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한국을 뒷전으로 한 것은 이달 31일 예정된 중의원 선거를 의식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내 파벌 고치카이(宏池會·일명 기시다파)는 전통적으로 중국·한국 등 아시아 각국과의 외교 관계를 중시하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자민당의 지지 기반 중 하나인 보수층은 기시다 총리가 중국과 한국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문은 “취임 직후 정상 외교 순서는 새 총리가 어느 나라를 중시하는지 국내외에 던지는 메시지”라며 “문 대통령과의 통화 순서를 지연함으로써 (한국과의 외교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일각의 견해를 불식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