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새로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이 첫 여론조사에서 역대 내각보다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최근 단행한 집권 여당 자민당 인사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각 출범 직후 허니문 분위기를 활용해 중의원 총선거에서 큰 우위를 점하겠다는 자민당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일본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4~5일·전국 유권자 972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0%였다. 새 내각 출범 직후 지지율로는 이 신문이 같은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래 최저 기록이다.
같은 기간 실시한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일반 유권자 1035명 대상) 결과도 비슷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49%에 그친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40%에 달했다. 1년 전 스가 내각 출범 직후 지지율보다 15%p 낮은 수치로, 지난 20년 역대 내각 출범 직후 지지율로 비교했을 때 뒤에서 두 번째에 그치는 성적이다.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서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각각 56%와 59%로 집계됐다. 아사히·마이니치에 비해 높지만, 각사 2000년대 내각의 출범 직후와 비교하면 저조한 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스가 내각 출범 때와 비교해도 20%p 가량 낮은 수준이다.
오는 31일 중의원 총선거를 앞둔 자민당 내부에서는 실망과 우려의 반응이 나온다. 일본에선 내각 출범 직후 허니문 기간에는 통상 내각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1년 단명 정권으로 끝난 스가 내각도 출범 직후엔 70% 가까운 지지율이 나왔다. 이 때문에 마이니치신문은 여론조사 결과를 들은 자민당의 한 간부가 “(지지율이)적어도 50%는 될 줄 알았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내각이 저조한 첫 지지율을 기록한 원인으로 자민당 인사가 지목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 당선 직후 “국민들께 다시 태어난 자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튿날 자민당 부총재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당시 재무상을, 자민당 2인자인 간사장에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당시 당세제조사회장을 임명하는 등 자신을 지지해 준 계파 의원에 대한 보은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아베 신조 전 총리 당시 자민당을 주무르던 아베·아소·아마리의 ‘3A’가 다시 돌아왔다는 평가와 함께 “다시 태어난 자민당을 약속한 결과가 이거냐”는 반응이 나왔다. 아마리 등 신임 당간부의 과거 정치 자금 관련 문제도 재차 거론되고 있다.
실제 아사히신문이 “새 내각과 당직자 인선을 고려했을 때 ‘다시 태어난 자민당’일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가”를 묻는 항목에선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54%에 달했다. 반면 ‘가능하다’고 답변한 사람은 24%에 불과했다. 자민당 인선에 대한 실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응답자 절반을 넘는 55%는 “아베·스가 정권의 정치 노선을 인계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사히는 “지지율이 주춤한 건 결국 아베·스가 정권과의 차별성 문제”라며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새 내각 출범에 따른 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번 지지율에 동요가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내각의 첫 지지율에 대해 “낮게 나온 지지율도 받아들인다”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선거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