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외국계 고등학교 최초로 올 여름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대회)에 진출한 교토국제고가 첫 승을 거뒀다.
교토국제고는 19일 오후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야구장 고시엔에서 열린 103회 고시엔 대회에서 군마현의 마에바시이쿠에이고를 1대 0으로 꺾고 승리했다. 야구부 창단 22년만에 지난 봄에 이어 여름 고시엔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한 교토국제고가 첫 고시엔 경기에서 첫 승을 따낸 것이다. 교토국제고는 오는 23일 16강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날 교토국제고는 2회초 4번 타자로 출전한 나카가와 하야토 선수의 홈런으로 1점을 따냈다. 이후 좌완 에이스인 모리시타 류다이 선수가 상대 타선으로부터 삼진 10개를 잡아내는 등 호투하며 완봉승을 거뒀다.
교토국제고의 첫 고시엔 경기는 당초 지난 13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도쿄 서남부 지역에 내린 큰 비로 매일 아침 경기 순연 결정이 반복됐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우천으로 첫 경기 일정이 계속 순연된 탓에 야구부 감독과 선수들의 마음 고생이 컸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값진 승리를 거둔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고시엔은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로 4300여 야구팀이 참가해 경쟁하는 일본 내 최고 권위 고교야구대회다. 봄과 여름에 총 두 차례 열리는데, 여름 고시엔에 대한 관심이 더 뜨겁다. 예선을 거쳐 각 지역 대표로 참가하기 때문이다. 재일 외국계 고등학교인 교토국제고는 올해 교토부를 대표해 여름 고시엔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상대팀인 마에바시이쿠에이고도 군마를 대표해 5년 연속으로 고시엔에 출전한 야구 명문 학교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봄 고시엔에서 외국계 학교 중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해 16강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이들의 본선 경기가 열리는 날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고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도도 방송을 통해 전국 생중계돼 재일교포 사회에 큰 감동을 가져다줬다. 교토국제고는 여름 고시엔에서도 이 감동을 다시 한 번 재현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한국계 민족학교로 처음 세워졌고, 지금도 한국인 37명과 일본인 93명뿐인 작은 학교다. 학교 운동장이 좁아 외야 연습을 위해 다른 구장을 빌렸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며 한국 외교부와 야구계의 응원과 지원이 잇따랐다. 이날 경기에도 조성렬 주오사카총영사가 직접 관전하며 응원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