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서 그래도 이 정도로 올림픽을 치르지 않았을까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치러진 도쿄올림픽이 앞으로의 대형 국제 이벤트의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쿄 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8일 오후, 신국립경기장(올림픽 주경기장) 앞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야마구치 요시히토씨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올림픽을 개최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활약에 모처럼 울고 웃었고, 일본이 준비했기에 큰 문제 없이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날 신국립경기장은 폐회식 준비로 접근이 금지됐지만, 멀리서라도 기념 촬영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도쿄 올림픽 개막 후 일본 내 여론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도쿄올림픽 개최 취소·재연기’를 주장하는 여론은 한때 80%에 달했다. 하지만 8일까지 일본 대표팀이 금메달 2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 등 총 58개의 메달을 따며 자국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자 “올림픽을 해서 좋았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사카대 미우라 아사코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23일부터 7월 29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올림픽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월 말 72.6%에 달하던 ‘올림픽 반대’ 여론은 개막 일주일 뒤인 7월 27~29일 53.5%로 줄었다.
선수들이 활약한 경기 시청률도 고공행진했다. 3일 방송된 남자 축구 준결승 일본 대 스페인전 평균 시청률은 30.8%를 기록했다. 경기 중 한때 시청률이 44.3%까지 올랐다. 남자 야구 한국 대 일본 준결승전(4일)은 26.2%, 탁구 여자단체 일본 대 중국 결승전(5일)은 26.3%로 집계됐다. 대부분 무관중으로 개최돼 ‘집콕’ 올림픽 관람 분위기가 확산하자 소셜미디어에서도 열띤 올림픽 응원전이 벌어졌다. 개막 전엔 소셜미디어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올림픽 열기가 앞으로도 일본 사회의 활력이 될 진 미지수다. 일본 언론은 벌써부터 올림픽 경제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13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유치위원회는 개최비용을 7340억엔(약 7조 63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개최 비용은 1조 6440억엔(약 17조 862억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경제 효과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미츠비시UFJ리서치&컨설팅)”는 평이 나온다. 무관중 경기로 티켓수입 900억엔이 날아갔고, 외국인 관광객과 거리응원이 사라지며 내수 진작효과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도 남은 과제다. 올림픽 기간 동안 일본 하루 신규 확진자는 최고 1만5645명(6일)까지 치솟으며 매일 사상 최대 기록이 경신되는 중이다. 올림픽 개최지 도쿄에서만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을 넘는다. 전문가들은 “2주 후엔 도쿄에서만 하루 1만명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올림픽과 코로나 유행은 무관하다”며 “중계 덕분에 집에 머무는 사람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집권 여당 자민당 내부에서 “올가을 총선거가 불안하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향후 정국이 불투명하다. 브래드 글로서먼 일본 다마(多摩)대학교 룰형성전략연구소(CRS) 부소장은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일본 국민에게 모처럼 기쁨을 줬지만, 일본 국민은 정부의 우선순위가 국민의 건강이었는지, 올림픽이라는 체면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