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강제 노역으로 악명 높았던 일본 하시마 탄광의 전경. 멀리서 보면 마치 군함(軍艦)처럼 보인다고 해서 '군함도'로 불렸다. 일본은 이곳을 비롯해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산업유산에 등재했다.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세계산업유산 지정 이후 일본 측 대응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가운데, 일본 유력 언론에서도 “신속하게 시정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국내에서도 군함도 등을 둘러싼 일본 정부 태도를 비판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7일 ‘산업혁명유산, 약속을 지키고 전시를 수정하라’는 제목의 사설(社說)을 통해 “(세계유산위원회의 유감 표명은)대외적 신뢰와 무관하지 않은 사태”라며 “정부는 신속하게 시정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이 2015년 하시마 탄광 등을 비롯해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유네스코 세계산업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약속한 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 세계산업유산 등재 추진 당시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와 함께 인포메이션센터 설립 등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일본 정부 대표는 (산업혁명유산 지정 추진) 당시 ‘의사에 반해 끌려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된 많은 한반도 출신 사람들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며 “일본의 발전만이 아니라 부정적 측면도 포함해 역사 전반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와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도쿄도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 내용은 많은 전문가로부터 ‘편향성’을 지적 받아왔다”고 꼬집었다. 그 예시로는 전시장에 소개된 ‘(군함도에) 강제 노동은 없었다’는 내용의 관계자 인터뷰 영상을 들었다.

아사히신문은 “한반도에서의 동원은 일본 정부도 스스로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산업유산으로 등록된 각 시설에서도 가혹한 노동이 강요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나 증언이 발견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유산이어도 많은 역사에는 빛과 그림자 양면이 있고, 그런 역사 전체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세계가 공유하는 재산이 될 수 있다”며 “일본 정부는 결의문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유네스코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