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2일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에서 벌어졌던 한국인 강제 노역 역사를 일본이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개선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의 결정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날 중국 푸저우(福州)시에서 열린 제44차 회의에서 채택된 결정문에서 일본이 2015년 하시마 탄광 등을 비롯,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유네스코 세계산업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약속한 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인 등이 강제 노역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희생자 추모 역시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후속 조치 미이행에 대해서는 “강한 유감”이라며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개선하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일본은 2015년 유네스코 권고에 따라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와 함께 인포메이션센터 설립 등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은 유산 등재 후 유네스코에 두 차례(2017년과 2019년) 제출한 후속 조치 이행 경과 보고서에 약속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작년 6월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 대신 “한국인 차별은 없었다”는 증언 등 역사를 부정·왜곡하는 내용들이 전시돼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왔다.
일본 정부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정문 초안에 강하게 반발한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국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성실히 이행해왔다”고 반박했었다.
외교부는 22일 결정문 채택 직후 “일본이 약속한 후속 조치를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았음을 국제사회가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충실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일본 대표가 발언한 약속 사항을 처음으로 결정문 본문에 명시했다”며 “앞으로도 일본 측에 위원회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개선 조치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