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에서 2020도쿄올림픽 소프트볼 경기가 시작된 가운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선 각종 문제점이 잇따라 지적됐다. 미비한 선수촌 시설 때문에 “일본은 중세 같다”는 말도 나왔다.
◇기자회견 중 “선수촌 숙소에 TV도 냉장고도 없다...‘중세 일본'이냐”
문제의 발언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20일 저녁 도쿄도내 메인프레스센터(MPC)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됐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무토 도시로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답변하는 자리였다.
이날 러시아 미디어 소속이라고 밝힌 한 보도진은 “러시아 올림픽 대표 선수단과 코치진이 선수촌 시설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고 있다고 질문했다. 그는 “냉장고, TV가 없고 4~6명이 생활하는데 화장실도 하나 뿐이라 부족하다. 예를 들어 러시아 펜싱대표팀 감독은 ‘여기는 중세 일본 같다’는 말도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러시아 펜싱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언론에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올림픽에 9번 참석한 경험자로서, 21세기 일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환경에 놀랐다”며 “선수가 불쌍하다”는 인터뷰를 했다고 전해졌다.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며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을 강조한 일본 입장에서 뼈아픈 지적이다. 선수촌 내 시설에 대해서는 미국 육상 대표 선수 폴 첼리모 등이 지적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무토 사무총장은 다소 당황한 듯 “러시아 기자가 질문한 내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바가 없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수촌은 선수와 올림픽 관계자에게 편안한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우리로서는 충분히 대비해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회장 역시 “냉장고나 TV가 없다는 문제는 사실 철저히 준비해왔다고 생각했다”며 “문제를 확인한 뒤 러시아팀 등에 시급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와 관계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막 직전에도 침통...”그래도 올림픽 개최 의미있다” 강조
이날 기자회견은 올림픽 개막 3일 전에 이뤄졌지만 축제의 분위기는 없었다. 취재진의 질문 역시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잡음에 집중됐다. 관련 기사엔 “축제 분위기는 간데 없고 장례식장 같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마자 1990년대 장애인 동급생을 괴롭힌 일을 인터뷰에서 직접 이야기한 오야마다 게이고를 올림픽 개막식 음악 감독으로 채용한 절차에 대한 추궁 질문이 나왔다. 무토 사무총장은 임명 경위를 설명하면서 “과거의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몰랐다”며 “(추천인사를) 그대로 임명한 최종 임명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고른 게 아니다”라고 해명해 또 논란을 불러왔다.
무토 사무총장의 설명은 지난 3월 개폐회식 연출종합총괄을 맡고 있던 사사키 히로시가 사임한 뒤 급히 대체 인선을 하는 과정에서 기획팀으로부터 적합한 사람들을 추천받아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임 회피’라는 지적은 피하지 못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조직위원회장은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라고 사죄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이 ‘다양성과 조화'를 지향한다고 밝혀왔던 만큼 여론의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로나 시국 속에서 1년 연기 끝에 개최한 올림픽의 의의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무토 사무총장은 “솔직히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진정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연기 결정 후 재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코로나에 의해서 들이지 않아도 됐을 돈이 들어간 건 사실이다. ‘세금을 쓴다’는 부분은 확실히 있다”며 “어떻게하면 최대한 최대한 재정 부담을 줄이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 문제는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연기된 1년 동안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의 가치·의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스포츠의 힘, 평화와 인권에 대한 지향이 결국은 올림픽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