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도쿄올림픽 선수촌 한국 선수단 거주동에 태극기와 함께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연상케 하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걸린 모습. /연합뉴스

대한체육회가 일본에서 빚어지고 있는 ‘이순신 장군 현수막’ 논란에 대해 “올림픽 대표팀을 응원하려는 순수한 의도를 왜곡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16일 “일본에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이 정치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은 우리도 전혀 바라지 않으며, 일본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우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올림픽 조직위 측이 움직임에 나설까 봐 불편하다”고 했다.

지난 15일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한국 선수단 숙소 건물에는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선조에게 올린 보고서에 남긴 말 ‘금신전선상유십이(今臣戰船尙有十二)·신에게는 아직 배가 열두 척 있나이다’에서 따온 것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와 도쿄올림픽 보이콧 논란 등으로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이전 대회에 비해) 국민들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국민의 응원을 끌어내기 위한 문구”라고 했다. 오는 19일 본대 입국에 앞서 일본 땅을 밟은 선발대가 내걸었다고 한다.

그러자 일본 매체 도쿄스포츠는 지난 15일 밤 ‘한국 선수단이 선수촌에 불온한 전시(戦時) 메시지를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 선수단은 선수촌에 도착하자마자 놀라운 행동에 나섰다. 이순신은 한국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에 저항한 ‘반일 영웅’으로 신격화돼 있다”며 “이러한 반일의 상징을 들고 나오고, 일본과 조선 사이의 전쟁과 관련된 말을 선수촌에 내건 것은 큰 파문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 기사에는 현재 6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고,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댓글이 추천 6만개 이상을 기록했다.

16일 낮에는 일본 극우정당인 국민당 관계자들이 한국 선수단 숙소 앞에서 욱일기를 들고 “현수막을 즉시 치우라”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현지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당은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저지른 스즈키 노부유키가 이끄는 혐한 성향 정당이다.

일본의 극우 정당인 국민당이 16일 도쿄올림픽 선수촌 한국 선수단 숙소에 내걸린 현수막 내용에 반발하며 욱일기를 든 채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