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뒤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이 결국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8일 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쿄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5자 회담을 통해 도쿄도에서 치러지는 모든 경기에 관중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6만8000명 수용 인원인 도쿄 신(新)국립경기장에서 치러질 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조차 일반 관중 없이 진행된다는 뜻이다. 도쿄올림픽은 도쿄 등 수도권 4개 지역을 비롯한 9개 도도현(都道縣·광역자치단체)의 42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대부분 경기장은 수도권 4개 지역에 집중돼 있다. 도쿄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 있는 경기장의 관중 수용 문제도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곧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에선 야구와 소프트볼, 삿포로에선 마라톤경기가 열린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이 열린 이후 지금까지 올림픽이 무관중으로 펼쳐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본이 그토록 염원하던 올림픽 관중을 포기한 건 최근 급격히 악화된 코로나 상황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도쿄 지역에 가장 높은 방역 단계인 ‘긴급사태 선언’을 다시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기한은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총 6주간이다. 도쿄올림픽은 처음부터 끝까지(7월 23일~8월 8일) ‘긴급사태’ 속에서 치러지는 것이다. 도쿄에선 식당, 술집 등 외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하는 건 역시 불가능해졌다.
일본 정부는 관중 있는 상태에서 올림픽을 열기 위해 지난달 21일 도쿄 등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하고 한 단계 낮은 방역 조치인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를 발령했다. 만일 방역 조치를 이보다 한 단계 더 낮추는 데 성공할 경우, 최대 경기장 정원의 50% 혹은 1만명의 관중을 들일 수 있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코로나로 1년 미뤄진 상태에서 관중까지 없다면 올림픽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관중 입장이 절실했다.
하지만 이달부터 도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800~900명대를 기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여기에 지난 4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무관중 올림픽’ ‘올림픽 취소·연기’ 등을 공약한 야당이 선전하고 자민당이 기대 이하 의석을 얻자, 정권 내부에서도 ‘무관중 올림픽’ 주장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올가을 치러질 일본 최대 정치 이벤트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심상치 않은 올림픽 관련 여론을 감지한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이날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사태 재발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올림픽 개최의 뜻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도쿄올림픽을 미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역사적인 대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