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배소를 서울중앙지법이 각하한 데 대해 일본은 겉으론 신중히 반응하면서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일 청구권 협약으로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8일 일본 주요 언론들은 한국 법원의 각하 결정을 ‘이례적인 판단’이라고 전하면서 판결 취지를 조목조목 소개했다. 특히 법원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근거해 피해자 청구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본 점, 청구권 행사를 인정하는 게 국제법 위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을 강조했다.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면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도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 내용도 자세히 소개했다. 이번 결과가 일본 기업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과 달리 “일본 정부의 주장을 어느 정도 따른 판결(니혼게이자이신문)”이라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 역시 “한숨 돌릴만한 판결”이라고 평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일본에선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신중론이 대세를 이룬다. 후지TV는 “일본으로서 환영할만한 판결이지만 아직 1심 판결이어서 항소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재인 정부가 원고 측이 납득할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고, 다른 소송에서 패소한 일본 기업의 한국 자산 현금화 절차도 진행 중이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7일 판결 직후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양국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제안을 주시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