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일본 프로레슬러 선수 기무라 하나(木村花). /넷플릭스

수백 건의 악플로 프로레슬링 선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일본 남성에게 9000엔(약 9만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일본 내에서는 “9000엔으로 면피가 된다면 사이버 괴롭힘이 늘어날 것”, “정의는 없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1일 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검찰은 여성 프로레슬링 선수 기무라 하나의 소셜미디어에 수백 건의 악플을 단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에게 벌금 9000엔의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기무라는 넷플릭스와 후지TV가 공동 제작하는 리얼리티 예능 ‘테라스 하우스’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 그를 향한 악플도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3월 31일 방영분에서 기무라는 자신이 아끼는 프로레슬링 의상을 남성 출연자가 세탁기에 돌려 망가뜨리자 심하게 화를 냈다. 이후 악플 수위가 도를 넘었다.

약식기소된 남성은 기무라의 트위터에 “언제 죽을 거야?” “네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 등 300여 건의 악플을 달았다. 악플 세례는 기무라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까지 이어졌다.

기무라는 지난해 5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랑받고 싶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같은달 23일에는 “사요나라(さようなら·안녕)”라고 쓴 게시물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왔고, 이후 그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어머니에게 쓴 메모 중에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악플이 기무라 선수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며 오사카에 사는 이 남성을 모욕죄로 불구속 입건했다. 일본 현행법상 모욕죄의 형량은 30일 미만의 구금 혹은 1만엔 미만의 벌금형이다. 영국 BBC는 “일본 법에 따르면 해당 남성에게 부과될 수 있는 최대 벌금은 9999엔”이라며 “명예훼손죄가 더 심각해 최고 50만엔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데, (일본 검찰이) 왜 가벼운 형량을 적용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약식기소는 너무 관대하다” “법이 잘못됐다” 등 처벌이 가볍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