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토시(市), 올해 고향 납세 수입 27억9700만엔, 전년 대비 2.3배로 자체 역대 최고액.’ (16일 고베신문)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우울한 연말, 일본에선 요즘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곳간을 채워가는 지자체들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재원 확보 수단 중 하나인 ‘고향 납세(ふるさと納税·후루사토노제)’ 제도가 소위 ‘대박’을 터뜨린 지역들이다.
고향 납세는 주민들이 현 거주 지역 외에 고향 등 원하는 지자체에 돈을 내고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 일종의 ‘지역 살리기’ 기부 제도로 2008년 도입됐다. 본인 부담금 2000엔(약 2만1000원)을 뺀 기부금 전액이 주민세·소득세에서 공제된다.
초창기 도입 의도와는 달리 기부자가 ‘온라인 홈쇼핑’을 하듯 원하는 답례품을 얻기 위해 지자체를 고르는 방식이 핵심이 됐다. 기부자를 유치하기 위한 답례품 제공 경쟁이 과열돼 3년 전 답례품 가격과 생산지 등에 규제까지 생겼을 정도다.
이 규제로 잠시 주춤했던 열기가 최근 코로나 때문에 되살아나고 있다. 지역별로 시의적절하게 코로나 대응 상품(답례품)을 내놓으면서 고향 납세 참가자들이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는 것이다.
홋카이도 하코다테시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 틀어박히는 ‘방콕족’을 제대로 공략했다. 오징어 젓갈, 생선알 절임 같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지역 수산 가공식품 등을 답례품으로 주고 10월 말까지 3억7566만엔을 벌어들였다. 수입이 전년 대비 2.7배다. 지역 공장에서 생산한 우쿨렐레(나가노현 마쓰모토시) 등 취미용품도 인기라고 한다.
반대로 나가노현 이나시는 3밀(밀집·밀접·밀폐)을 피해 캠핑을 하려는 수요 덕에 ‘야외 휴대용 전원’을 답례품으로 내놓고 수입이 전년 대비 6.8배가 됐다. 돗토리현 돗토리시는 애향심을 자극했다. 특산 게 덕에 지난해보다 고향 납세 수입이 30% 증가했는데, 담당 공무원은 NHK에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고향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서 돈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 납세가 방역 예산 초과 지출, 세수 감소 등으로 말라가던 지방 재정에 ‘단비’가 되면서 관련 예산을 늘리거나 담당 부서 규모를 확대하며 역량을 강화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남들과 달리 고향 납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뛰어드는 곳도 있다. 고향 납세를 하면 돈은 타 지역에 내지만 주민세 공제는 현 거주 지자체에서 적용받는다. 서울 종로구 주민이 제주도에 돈 내고 종로구에서 공제를 받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방 출신자들이 많은 대도시 지역은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미타카시는 올해 공제로 나가는 금액이 8억2000만엔으로 지난해보다 2억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11월 뒤늦게 고향 납세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산품이 부족한 도시 지역이라서 시 출신 유명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 연고지 투어 프로그램 등을 답례품에 추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지난 8월 ‘전망대 입장권’ ‘미슐랭 식당 쿠폰’ 등을 제시하며 고향 납세를 시작한 도쿄도 시부야구 하세베 겐 구청장은 “통신 판매처럼 돼버린 고향 납세 제도를 여전히 반대하지만, (세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