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급락해 위기에 빠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번엔 ‘망년회’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일본 국민들에게는 단체 회식을 자제하라고 요청해놓고 그날 밤 바로 수칙을 어긴 것이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스가는 지난 14일 오후 9시쯤 도쿄 긴자 고급 스테이크 음식점에서 약 45분간 망년회를 했다. 앞서 오후 6시 30분쯤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 방역을 위해 여행 장려책인 ‘고 투 트래블’ 일시 중단을 결정하고, 이어 도쿄 한 호텔에서 기업인 15명과 회식한 뒤 스테이크 모임에 참석했다. 스테이크집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오 사다하루 회장, 중년 배우 스기 료타로, 방송인 미노몬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최소 7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크 모임은 총리 업무와 별 관계가 없는 단순 망년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에게 여행 자제, 모임 자제를 요청해놓고 총리가 앞장서서 업무와 큰 관계가 없는 사교성 회식을 한 데 대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일본의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을 훌쩍 넘어가면서 정부는 수차례 다인 회식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일본 정부 산하 분과회는 지난 11일 ‘연말연시 망년회·신년회’에 대해 “가급적 평소 함께 있는 사람과 소규모로 하라”고 제언하면서 ‘성인 5인 이상 회식이 위험하다’고 콕 집어 기준을 제시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도 “5명 이상 모여 회식하면 위험하다는 걸 염두에 둬 달라”고 했었다. 농림수산성도 외식 장려 정책인 ‘고 투 잇’을 ‘원칙 4인 이하’로 제한해달라고 전국 지자체에 요청할 만큼 ‘4인 이하 허용, 5인 이상 금지'가 중요 기준이었는데, 총리가 앞장서서 이를 무시한 셈이다. FNN(후지뉴스네트워크)은 “망년회 출석 멤버들의 나이도 걸리는 점”이라며 “대부분이 중증화 위험을 안고 있는 65세 이상 고령자였다”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의 ‘내로남불’ 행보에 정치권에서 즉각 비판이 나왔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총리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 데 이어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총리 일정은 국민에 대한 메시지 성격을 갖고 있다. 잘 검토해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다양한 분야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게 정치인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위험한 인원 수가) 5인 이상이라고 일률적으로 결정한 건 아니다”며 큰 문제는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니시무라도 “일률적으로 5명 이상이 안 된다는 건 아니고, 강제성이 있지도 않다”며 말을 바꿨다.
하지만 계속된 비판에 결국 스가는 16일 일본 취재진 앞에서 “오해를 부른 행동이라는 의미에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 참석자 간 거리는 충분했다”면서 사과했다. 그는 이날 가진 두 차례 모임은 모두 ‘4인 이하'로 진행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스가의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9월 취임 당시 60%대 초반이었던 스가의 지지율은 이번 달 40%대 초반으로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