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아랍에미리트 호르 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정박해 있다./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결렬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해상 봉쇄에 나선 데 이어 제한적 군사 행동 재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 최강의 미국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절차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고,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동부 시간 기준 4월 13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종전 회담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대응 카드 가운데 하나로 제한적 타격 재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회담은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렸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대규모 폭격 작전 재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중동 지역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인 군사 충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행정부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미 중부사령부가 소셜미디어 X에 이란 항구로 들어가고 나가는 선박을 봉쇄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올린 이미지./미 중부사령부X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선택한 조치는 해상봉쇄였다. WSJ은 이 조치가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의 군사 호위를 맡기기 전까지 시행하는 임시 성격일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당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도럴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폭스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측근들과 골프를 치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해상봉쇄를 지시하고 이란의 인프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는 게 WSJ이 전한 측근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하기 싫지만, 그들(이란)의 물이고 그들의 담수화 공장이고 그들의 발전소이고, 때리기도 매우 쉽다”고 말했다.

백악관 공보실 직원인 올리비아 웨일즈는 이에 대해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를 이미 지시해 이란의 갈취를 끝장냈으며 현명하게도 모든 추가적 옵션을 테이블에 그대로 올려놓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 자신들이 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냥 순전히 억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부담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전면전을 재개할 경우 탄약 재고를 비롯한 군수품 소모가 더 커질 수 있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12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에서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반대로 이란 정권이 핵 개발 계획을 유지한 채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 작전을 축소하면, 결과적으로는 이란 정권에 유리한 결과를 안겨주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해상 봉쇄가 현재로선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라는 시각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이란 해안과 가까운 좁은 해협에서 미국 해군 군함이 작전을 벌일 경우,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WSJ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전쟁을 시작한 이후 여러 차례 방향을 바꿔왔다고 전했다. 그는 한때 호르무즈 해협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이 문제에 다시 관심을 집중했다고 WSJ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