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의 종전협상을 앞두고 J.D. 밴스 부통령이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회담하기 위해 회담장으로 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11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979년 단교 후 47년 만의 고위급 회담을 열고 자정 넘게까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 레바논 휴전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JD 밴스 미 부통령과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동석한 가운데 대좌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윗코프 특사와 쿠슈너, 아라그치 장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등도 함께 자리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15개항의 종전안을 제시했고, 이에 이란은 10개항 요구를 역제안한 상태다. 이란 IRNA는 “양국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집중적인 협의와 진전, 이스라엘의 베이루트∼레바논 남부 공격 자제, 미국 측의 이란 자산 동결 해제 수용 등을 고려해 협상을 시작해서 이 문제들을 최종 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종전협상을 앞두고 만난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오른쪽)과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왼쪽)./UPI 연합뉴스

이날 회담 시작 전 이란 대표단은 샤리프 총리에게 ▲ 호르무즈에 대한 통제권리 인정 ▲ 전쟁 피해 배상 ▲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해제 ▲ 중동 전역에서 교전 중단 등 4가지 ‘레드라인’을 전달했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란이 해협을 미국과 함께 통제하자는 방안을 거부하고 단독으로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NYT는 협상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최종합의가 타결된 후에야 해협을 개방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종전 협상을 앞두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만나 이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AP 연합뉴스

IRIB 방송은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도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도 “호르무즈 해협 사안에서 심각한 의견 불일치가 있다”며 합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문구를 교환하려는 시도가 가로막혔다고 보도했다.

2주간 휴전이 발표된 후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멈추지 않는 것 역시 양측이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한다.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는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 합의에 레바논을 포함할지가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레바논도 꼭 휴전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이란 요구를 미국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메흐르 통신은 필요에 따라 오는 12일 회담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회담이 하루 이상 지속되지 않을 조짐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에서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디오트아흐로노트는 이스라엘이 이번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해 이란의 에너지 등 기반시설 대한 공격 재개를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수하는 작전도 계속되고 있다고 이스라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