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옥타곤 위쪽)이 11일 오후 9시 30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이 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협상 불발 소식을 발표하고 있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외교적 명운이 걸린 이란 종전 협상이 파국을 맞이하던 그 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선은 옥타곤(UFC 경기장)을 향해 있었다.

JD 밴스 부통령이 47년 만에 성사된 이란과의 최고위급 회담을 위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의 피 말리는 마라톤 협상을 벌이던 11~12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인근 자신의 골프장에서 약 5시간에 걸친 라운딩을 즐긴 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날아가 아들·딸 등 가족과 함께 UFC(종합격투기) 대회를 관람했다.

밴스 부통령이 파키스탄 현지 시각 12일 오전 6시 30분 “이란과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을 때, 마이애미(미국 시각 11일 오후 9시 30분)의 트럼프 대통령은 환호하는 UFC 팬들과 사진을 찍으며 옥타곤 맨 앞줄에 앉아 격투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JD 밴스 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 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 실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이란 협상 와중 낮엔 5시간 골프, 밤엔 UFC

밴스 부통령은 브리핑 도중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중간 자주 소통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분명히 대통령과 계속 소통하고 있었다”며 “정확히 몇 번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21시간 동안 6번, 아니면 12번 정도 통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던 이날 오전, 자신 소유 골프장인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클럽에서 골프를 쳤다. 수십 명의 수행원을 대동하는 만큼 라운딩 도중 파키스탄에서 걸려 온 밴스 부통령의 전화를 받았을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란과의 중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5시간의 골프 라운딩과 야간 종합격투기를 관람하고 있었던 셈이 된다.

실제 이날 마이애미 UFC 현장에서는 동행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심각하게 보고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밴스 부통령이 파키스탄 현지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종료하고 종전 합의 실패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던 시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상황을 트럼프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UFC 경기장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무언가를 보고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합의 되든 말든 상관없다”

이날 파국으로 끝난 이란과의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애미로 떠나기 직전 남긴 발언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골프를 마치고 UFC 관람을 위해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과의 협상은 타결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이란과 합의가 되는지는 내게 상관없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일축했다.

골프 마니아인 트럼프 대통령은 열렬한 UFC 팬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UFC 경기장을 직접 수차례 찾아 관람한 사례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다. 오는 7월 미국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는 백악관에 UFC 경기장 특설 무대를 마련한 뒤 이곳에서 실제 종합격투기 경기를 개최하겠다는 계획도 일찌감치 밝혀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을 앞둔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백악관 앞에 마련된 옥타곤 앞에서 UFC 대표와 함께 서 있는 AI(인공지능) 합성 사진을 아무런 설명 없이 올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백악관 앞에 마련된 UFC 경기장 앞에 서 있는 합성 사진. /트루스소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