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2일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70주년' 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자민당 창당 70년, 때가 왔다. 헌법 개정을 향해 총력을 모으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2일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70주년 당 대회 연설에서 헌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위대를 헌법 9조에 명시해 위헌 논란을 없애고, 자위대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민당은 이날 창당 70주년에 맞춰 제시한 새로운 당 비전에 “헌법 개정이 사활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연설에서 “자주독립의 권위 회복을 위해 일본인의 손으로 이루는 헌법 개정은 우리 당의 당연한 과제”라며 “일본을 지키고 미래를 여는 것은 강한 자민당이다. 제가 선두에 서겠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인 1947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 주도로 제정된 일본 헌법을 자주적으로 개정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을 향해 당원·당 조직 여러분의 총력을 모아 국민 여러분께 헌법 관련 설명을 실시하고, 국회에선 결론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가자”고 했다.

자민당이 추진 중인 개헌의 핵심은 자위대를 헌법 9조에 명시하는 것이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 1항은 전쟁을 포기하는 내용, 2항은 군대 등 전력(戰力)과 교전권을 부인하는 내용이다. 자민당은 기존 조항은 그대로 두면서 9조에 별도 조항을 만들어 자위대를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의 조항은 국가·국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자위 조치를 방해하지 않으며, 그를 위한 실력 조직으로서 자위대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자위대는 ‘전력’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직’이란 논리다.

이 같은 논리가 억지스럽다는 의견도 있어 국회 토론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민당과 연립 중인 일본유신회는 9조 2항을 아예 삭제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명기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카이치 정부는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 해협을 겨냥한 군사 활동을 강화함에 따라 방위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위대를 둘러싼 위헌 논란을 불식시켜 ‘보통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자위대가 1954년 발족했지만 그 존재 자체가 위헌이라는 일부 여론이 있어 운용에 큰 제약이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자민당은 대지진 등 국가 재난 시 내각 권한을 강화하고, 국회의원 임기를 일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도 추진하고 있다. 인구 감소 지역의 민의가 반영되지 못하는 선거구 제도 개선, 교육에 대한 국가적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도 자민당 개헌안에 담겨 있다.

자민당 내에선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는 동안 최대한 개헌을 서두르자는 분위기다. 헌법 개정은 국민 투표에서 투표자 절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최근 여론조사에선 내각 지지율에 힘입어 약 60~70%의 개헌 찬성률이 나오고 있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2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중의원은 여당 의석이 압도적이라 수월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소야대인 참의원에선 불확실한 상태로, 자민당은 야당 의원들 중 개헌 찬성론자들을 최대한 설득해 표를 결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