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는 11일(현지 시각) “진정한 힘은 생명을 섬기는 데서 드러난다”며 “자기중심적인 우상숭배와 돈에 대한 집착은 이제 그만! 권력 과시도 이제 그만! 전쟁도 이제 그만!”이라고 했다.
레오 14세는 바티칸 이날 저녁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 기도회에서 “거룩한 하느님의 이름조차 죽음의 담론에 휘말리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미국의 강경 우익 개신교 진영에서 이번 전쟁을 ‘신의 뜻’으로 정당화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교황은 “죽음은 살아 계신 하느님께 등을 돌린 자들을 노예로 삼는다”며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말 못하고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우상으로 만들어버린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모든 가치를 그 우상에 희생시키며 온 세상이 무릎 꿇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듯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하고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전능의 망상’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미국 출신의 레오 14세는 기도회에서 미국이나 트럼프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이날 메시지는 종교적 명분을 거론하며 전쟁을 정당화해 온 트럼프와 미국 관리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분석했다.
레오 14세는 “멈추라. 이제 평화의 시간”이라며 “재군비 계획을 세우는 테이블이 아니라 대화와 중재의 테이블에 앉으라”고 했다. “자아와 돈에 대한 우상 숭배는 이제 그만! 권력 과시는 이제 그만!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고도 했다.
레오 14세는 하느님이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으며, 폭탄을 투하하는 자들은 더욱더 축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특별 기도회에는 이란 테헤란 대주교인 벨기에 출신 도미니크 조셉 마티외 추기경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주교황청 미국 대사관의 로라 호클라 공사가 외교단을 대표해 참석했다.
레오 14세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하자 초반엔 공개적 비판을 삼갔으나 최근 점점 발언 수위를 높여 왔다. 부활절을 앞두고서는 “하느님은 손에 피를 묻힌 자들의 기도를 듣지 않으신다”고 했고, 이란 문명을 파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엔 “정말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