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 /EPA 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기독교인은 어제 칼을 휘두르고 오늘 폭탄을 던지는 자들의 편에 절대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10일(현지 시각)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온 주교들에게 “하느님은 어떤 분쟁도 축복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선포하도록 우리를 도와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구원의 탄생을 본 땅은 신성 모독과 비즈니스의 잔혹함으로 모독받고 있다”며 “생명은 존중받지 못하고 이해관계에 따른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군사 행동이 아니라 공존과 대화”라며 “어떤 이해관계도 가장 약한 이들의 생명보다 가치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정 인물이나 상황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장로교도라고 밝힌 바 있다.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가톨릭 신자다.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선출된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이란 전쟁 국면 속 미 정부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고 있다. 작년 즉위 이후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고수해 왔고, 최근 부활절을 앞두고는 “신은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의 기도를 듣지 않고 거절하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주미 교황청 대사인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을 국방부로 불러, 14세기 교황권이 왕권에 굴복한 ‘아비뇽 유수’ 사건을 거론하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당시 콜비 차관은 “미국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했다”며 “교회는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