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대면 협상을 앞두고 회담 장소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군경 1만명이 배치되는 등 최고 경계 태세가 발령됐다고 파키스탄 일간 돈(Dawn)이 10일 보도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11일 열리는 회담에 대비해 다층 보안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돼 있고 고위급 회담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각국 대표단에 ‘블루북’ 수준의 의전을 제공한다. 블루북은 파키스탄이 국가원수급 외국 정상 등 VVIP를 보호하기 위한 극비 지침서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이슬라마바드와 라왈핀디 두 도시에 지역 공휴일을 선포했다. 또한 이슬라마바드에는 경찰, 준군사 조직, 파키스탄 군 등 1만명 이상의 요원을 현장에 배치했다. 교통경찰 1000명도 별도로 투입했다.
각국 대표단이 공항부터 숙소까지 이동하는 별도의 동선도 마련했다. 이동 시간대에 교통을 통제할 전망이다.
이슬라마바드 중심부의 ‘레드존’이라 불리는 정부, 공공기관 밀집 단지에는 건물 곳곳에 신속대응군(QRF)과 경찰을 배치했다. 이 레드존 내 5성급 세레나 호텔은 대표단 전용으로 예약돼 있는데, 이들이 머무는 동안 수도 진입로 여러 곳이 봉쇄될 예정이다. 레드존 진입로 역시 마갈라 로드를 제외하고 모두 통제되며, 마갈라 로드는 허가받은 공무원과 주민만 통행을 허용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VVIP 근접 경호팀은 휴대전화와 디지털시계 등 각종 전자기기 소지가 금지된다. 이 외에도 수도 행정부는 소방차 및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도로 및 주변 조명을 유지 보수하며 대표단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11일 오전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대표단으로 JD 밴스 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고위급 협상으로 진행된다.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미국 대표단으로 참석한다. 모하마드 바게르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등으로 구성된 이란 대표단은 전날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쟁에선 이란 신정 체제의 정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이란 수뇌부가 사망해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협상은 파키스탄이 양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진행 과정에서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직접 접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의 우라늄 농축 금지 등의 종전 조건을 놓고 담판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2주 휴전을 선언하면서도 종전 조건에 대해선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수니파가 대부분인 이슬람 국가이긴 하지만, 시아파 무슬림 인구가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가다. 파키스탄의 전체 인구의 20%인 2500만명이 시아파 무슬림이다. 이에 파키스탄에선 지난 2월 28일 하메네이 전 최고 지도자 폭사 직후 곳곳에서 반미·반이스라엘 시위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