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미국과 이란의 2주간 임시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공화당 내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8일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내부 전략가들과 핵심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휴전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란 전쟁이 촉발한 물가 상승과 민심 이반으로 선거 패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번 이란 전쟁은 우리가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잃는다는 사실을 거의 확정 지었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타격은 경제에서 오고 있다.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하면서 갤런당 휘발유 가격이 2022년 이후 최고치인 4달러를 돌파하는 등 물가 폭등이 현실화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 법안의 효과를 기대하며 경제 반등을 자신해 왔으나, 전쟁 블랙홀이 모든 경제적 메시지를 집어삼켰다.

불안감은 최근 치러진 선거 결과들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공화당은 7일 치러진 조지아주 하원 보궐선거에서 예상보다 크게 고전했고,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는 핵심 텃밭마저 내주며 참패했다. 한 공화당 전략가는 “이란을 침공하기 전부터 공화당은 보궐선거에서 져왔는데 전쟁 이후에는 판세가 어떻겠느냐”고 반문하며 “현재 30%대 후반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로는 11월 선거가 그야말로 ‘피바다(blood bath)’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월 21일로 예정된 임시 휴전이 만료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이란과의 전투를 재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나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란이 군사적으로 굴욕감을 느꼈다며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신속하게 작전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협상을 앞둔 이란조차 군사 행동 재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선택지라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휴전 발표 직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5달러 선으로 14%가량 떨어졌고 주요 주가지수는 2% 이상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즉각적인 경제 지표들이 안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되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이 결렬되어 미군이 작전을 재개한다면, 이란은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해 유가와 비료 가격을 폭등시킬 게 뻔하다. 11월 중간선거와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경제적 ‘상호 확증 파괴’나 다름없는 이 카드를 선택하기가 극도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군사 작전 자체의 리스크도 크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 이스파한 등 지하 시설에 보관된 약 440㎏의 60% 고농축 우라늄을 협상을 통해 넘겨받지 못할 경우 강제로 빼앗아 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를 무력으로 탈취하려면 대규모 미 특수작전부대가 투입되어야 하며, 전·현직 군 사령관들의 경고처럼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개전 초기 의회를 패싱하고 동맹국들과의 조율에 실패해 지지층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에서조차 분열이 일어난 마당에, 미군 사상자 발생 위험까지 안고 가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결국 물가고에 지친 유권자들을 달래고 붕괴 위기의 중간선거 판세를 조금이나마 방어하기 위해서는 당장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군사적 선택지가 열려 있다는 군 수뇌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지는 11월 선거와 물가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