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중 미국을 적극 지원하지 않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부 회원국에 주둔 미군을 철수하는 등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원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에서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고, 미국의 군사 작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국가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한국 관련 내용은 이번 보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스페인이나 독일 등 유럽 국가 중 최소 1곳에 있는 미군 기지를 폐쇄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스페인은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나라다. 또 스페인은 군사 작전에 투입된 미군 항공기의 자국 영공 진입을 막기도 했다. 독일은 중동에서의 작전을 지원하는 미군 기지 중 가장 크고 중요한 거점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방안은 아직 초기 단계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것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 동맹국 사이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 주둔 중인 미군은 약 8만4000명이다. 유럽의 미군 기지는 글로벌 군사 작전의 핵심 거점 역할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견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이란을 공습한 후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은 자국 내 미군 기지 사용을 불허했다가 방어적 목적에 한해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또 프랑스는 전쟁에 관여하지 않은 항공기에 대해서만 남부 기지 이용을 허가했다. 이탈리아는 일시적으로 시칠리아의 미 공군기지 사용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관계자들은 미국을 지원한 폴란드,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그리스 등으로 미군 병력이 이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WSJ는 해당 국가들에 미군이 재배치될 경우 러시아 국경과 더 가까워져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고 전했다.

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EPA 연합뉴스

미국과 나토의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직후부터 흔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이란 전쟁 전에는 방위비 등에 대해 나토에 불만을 내비치면서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할 때 나토는 없었고, 다음에 또 필요할 때도 없을 것”이라며 “그린란드를 기억하라. 그 크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얼음덩어리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백악관 회동 이후 올린 글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 ​​고위 관리들은 전쟁 전에 유럽 측과 전혀 협의가 없었기 때문에 전쟁 초기 군사 대응을 조율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