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1일 협상단을 이끌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을 만난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을 논의하기 위한 양국 대면 협상이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다. 지난 2월 미국의 대규모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협상 조건을 둘러싼 양측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지면서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악관은 8일 JD 밴스 부통령이 협상단을 이끌고 이슬라마바드로 간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밴스와 동행한다. 밴스는 전통적인 미국 보수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해외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트럼프가 이란 공습을 결정하기 직전까지 명확하게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사실상 유일한 참모도 밴스였다. 미 정계에서는 전쟁 반대론자 밴스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대표로 나서 국제 무대에서 얼마나 정치적 역량을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이란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협상을 이끌 예정이라고 이란 ISNA통신이 전했다. 그는 강경파인 혁명수비대(IRGC) 엘리트 군인 출신으로 최고 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달 ‘존경받는 인물’ ‘더 이성적인 인사’ 등으로 부르며 그를 협상 상대로 지목한 바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종전 조건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 이란은 협상의 기반이 되는 10개 항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유지 ▲레바논의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 종료 ▲중동 지역 내 모든 기지와 위치에서 미군 전투 병력 철수 ▲전쟁 피해에 대한 미국의 보상 ▲이란의 핵 농축 권리 인정 등 미국이 절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측이 요구한 10개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팀은 그 제안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본격 종전 협상을 앞두고 이날 양측은 공개 발언을 통해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밴스는 취재진과 만나 “이란이 휴전을 위해 합의한 약속을 깨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갈리바프는 X(옛 트위터)에 미국이 레바논을 공격하고, 이란 일부 영공에 드론이 침입했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부정 등 3개 조항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