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을 노리는 산악인들이 모이는 장소다./정병선 기자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산 가이드(셰르파)들이 대규모 보험 사기를 벌여 네팔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등반객에게 고산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약물을 먹인 뒤 값비싼 헬기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9일 카트만두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 경찰은 최근 에베레스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기 사건과 관련해 산악 가이드, 헬리콥터 운영자, 관광 대행사, 병원 관계자 등 32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국제 보험사에 약 2000만달러(약 296억원)를 부당 청구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를 본 외국인 등반객은 4782명으로 파악됐다.

이 가이드들은 가짜 응급 상황을 연출해 등산객에게 헬기를 타도록 한 뒤 보험금을 청구한 혐의를 받는다. 수법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먼저 등산객이 지친 기색이 역력하면 ‘아픈 척하면 헬기가 태워줄 것’이라며 설득해 이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고지대에서 등산객 몰래 응급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이드는 등산객에게 베이킹소다 등을 넣은 음식을 먹이거나 약물을 투여했다고 한다. 고산병과 유사한 위장 장애나 메스꺼움,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이다.

등산객이 증상을 호소하면 가이드는 “사망 위험이 있다. 즉시 하산해야 한다”고 겁을 주며 고가의 헬기를 타도록하고, 이후에는 병원에 입원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익지 않은 닭고기, 심지어 쥐 배설물 등을 섭취해 일시적으로 건강이 악화된 등산객도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수천m 고도에서 발생한 사고를 보험사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헬기 한 대에 여러 명이 탔지만, 사례마다 별도 헬기가 투입된 것처럼 문서를 조작해 청구 비용을 부풀린 경우도 있었다. 승객 3명이 탄 경우 4000달러(약 592만원) 수준인 비행 비용은 최대 1만2000달러(약 1777만원)까지 늘어났다. 이렇게 보험금을 청구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 가이드와 트레킹 업체, 헬기 회사, 병원들이 나눠 가졌다.

네팔 당국은 이번 사기 사건과 관련해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네팔 문화관광항공부는 “정부는 모든 사기 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와 처리를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관광은 매우 중요한 산업인 만큼 어떠한 부정행위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네팔 정부는 경찰, 관광청, 항공 당국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감독을 강화하고 정기 감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