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일(현지시각) ‘2주 휴전’ 선언은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파멸을 경고했던 시한을 불과 1시간 28분 남겨두고 이뤄졌다. 개전 39일째에 포성은 극적으로 일단 멈췄으나, 향후 종전 협상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해 완전한 종전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8일 “휴전은 일시적 멈춤인 것이고 전투 재개를 위한 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다”고 했다.
◇미·이란 모두 확전 부담
트럼프는 그동안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와 교량 등에 대한 공격을 경고했다가 유예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폭격과 공격의 중단’ ‘휴전’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2주 동안은 단지 민간 인프라 공격만 보류하는 수준을 넘어선 전면적 휴전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파국을 향해 치닫던 양측이 방향을 튼 것은 전면전에 따른 상호 파멸적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란의 비대칭 전력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에너지 쇼크를 겪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고, 민간 인프라 공격에 따른 ‘전쟁 범죄’ 논란까지 일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큰 정치적 압박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위협과 수사에서 벗어날 방법을 간절히 원하다 가까스로 잠정적 출구를 찾았다”고 했다.
이란 역시 국가 주요 에너지 시설과 기반 인프라가 초토화될 위기에 처하자,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타격과 내부 정권 붕괴를 피하기 위한 출구 전략이 절실했다.
◇’핵물질’ 놓고 입장차 커
이번 임시 휴전을 바탕으로 양국은 오는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본격적인 대면 협상을 시작한다. 미국 측에선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의 참석이 예상된다. J D 밴스 부통령이 직접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란 측에서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실무를 총괄하고, 최고국가안보회의 소속 고위 당국자들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간접 소통에 의존하던 양국이 마침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직접 담판을 벌이게 된 것이다.
향후 협상의 실질적 토대는 이란이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역제안한 ’10개항 평화 제안’이다. 이란 공영방송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 제안에는 ▲미국의 근본적인 비침략 보장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지속 인정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리 보장 등이 포함됐다. 또한 ▲대이란 제재의 전면 해제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결의안 종료 ▲전쟁 피해 배상 ▲미 전투 병력 철수 ▲모든 전선의 휴전 등의 요구가 담겼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미국이 10개항을 전부 수용했다”고 했지만, 트럼프는 휴전 발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완전하고 완벽한 미국의 승리”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종전 협상은 시작부터 극심한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애초 요구했던 핵심 안보 사안과 이란의 제안 사이 간극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강하게 압박해온 약 440㎏ 규모의 60% 고농축 우라늄 등 폭탄 제조가 가능한 핵심 핵물질 폐기에 대한 약속이 이란의 10개항에는 빠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평화 시기였던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의 핵 합의 당시에도 협상에 2년 반이 걸렸던 점을 상기시키며 “양측의 막대한 간극을 고려할 때, 2주가 아니라 2년이 주어져도 타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을 전했다. 다만 트럼프는 8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이란과 협력해 깊숙이 매립돼 있는 핵 잔해를 모두 파내어 제거할 것”이라고 했다.
◇’레바논’ 놓고 말 엇갈려
또 레바논이 휴전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말이 엇갈리는 것 역시 변수로 꼽힌다. 미·이란 중재를 주도한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휴전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곳”에 적용된다고 했지만,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은 “2주 휴전에 레바논은 제외된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8일 성명을 통해 “개전후 헤즈볼라의 기반시설을 겨냥한 최대 규모의 공격을 벌였다”고 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전쟁 이전에는 없었던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이란에 사실상 부여한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서방 진영도 이란의 핵물질 포기 약속 없이 경제 제재를 섣불리 풀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핵심 쟁점과 요구 조건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2주 안에 외교적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양국은 또다시 파국적인 무력 충돌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