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이란을 향해 ‘문명 파괴’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해임해야 한다며 수정헌법 25조를 꺼내 들었다. 수정헌법 25조는 미국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 권한을 중단시키기 위해 발동할 수 있다. 현재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로 2주간 휴전에 돌입했지만, 이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 축출 요구를 잠재우지는 못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화요일 이란과의 휴전을 발표했지만, 의회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는 탄핵 또는 수정헌법 25조에 따른 직무 박탈 요구가 커지는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여전히 야권에서 트럼프 대통령 축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민주당 의원 85명 이상이 수정헌법 25조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 축출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휴전 합의가 이뤄졌더라도 트럼프 축출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멜라니 스탠스버리 하원의원(뉴멕시코·민주)은 X를 통해 “대통령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위협한 직후, 몇 분 만에 2주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고 해서 그가 갑자기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은 “이란과의 휴전 합의가 보도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전쟁범죄를 위협할 수는 없다. 의회는 지금 당장 다시 회기에 들어가 이 전쟁을 멈추고 도널드 트럼프를 축출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런 안건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정헌법 25조 4항은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의 직무 불능을 서면으로 선언해야 발동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현재 트럼프가 임명한 공화당 성향 인사들이 내각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악시오스 역시 “애초부터 수정헌법 25조에 따른 직무 박탈은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며 “휴전은 그 동력을 더 약화시켰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가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이나 하원을 탈환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직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마크 메도스는 이를 두고 “공화당이 하원을 지키지 못하면, 탄핵 3.0이 온다”고 표현했다. 트럼프가 이미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탄핵소추를 당한 적이 있는 만큼, 세 번째 탄핵 시도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수정헌법 25조에 따른 직무 박탈과 탄핵은 별개의 절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강경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이후 협상 시한인 ‘7일 오후 8시’가 끝나기 불과 88분 전, 극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며 2주 휴전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