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1일 백악관 상황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JD 밴스 부통령(왼쪽)./ AFP연합뉴스

지난 2월 11일 오전 11시 직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탄 검은색 SUV 한 대가 백악관에 도착했다. 그는 기자들 눈을 피해 은밀히 백악관 집무실 옆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이후 지하 상황실로 자리를 옮겼다. 백악관 상황실이 외국 정상과의 회의에 사용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석 대신 탁자 측면에 앉았다. 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마주 보는 자리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통령 맞은편에 앉았다. 스크린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과 군 관계자들이 나타났다. 화면 속 인물들이 네타냐후의 등 뒤로 나타나면서 마치 전쟁 중인 지도자가 참모들에게 둘러싸인 듯한 구도가 연출됐다.

이 회의에는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존 래트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 참석했다.

회의가 급작스럽게 잡히는 바람에 당시 아제르바이잔에 있던 JD 밴스 부통령은 참석하지 못했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회의는 극소수 인원으로만 진행됐다. 다른 주요 부처 장관들은 회의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한 시간 동안 자신감 넘치게 브리핑을 진행했다. “좋은 생각이군요.” 트럼프 대통령은 답했다. 대이란 공습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이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기로 한 결정적 계기가 이날의 비밀회의였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7일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네타냐후 “이란 호르무즈 봉쇄 못한다” 주장

이 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실존적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이란 정권 교체 적기’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 작전으로 이란 이슬람 정권을 끝장낼 수 있다는 확신을 보였다고 한다. 이란 정권이 붕괴하면 대신할 지도자들을 화면에 띄우기도 했다. 여기엔 미국에 망명 중인 전 이란 국왕의 아들 레자 팔레비도 포함돼 있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몇 주 안에 파괴할 수 있으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없을 만큼 약화될 것이고 ▲이란이 중동 국가들에서 미국 이익을 타격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모사드는 또 이란 내부 시위가 재개되고 모사드가 폭동과 반란을 부추기면 반정부 세력이 이란 정권을 전복할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며, 쿠르드족 전투원들이 이란 북서부에 전선을 만들어 병력을 분산시켜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가 이란 공격의 잠재적 위험을 묻자 네타냐후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이 작전을 취했을 때의 위험보다 크다”는 논리를 폈다. 이란을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이란의 탄도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 생산 능력만 가속화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주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리에 있던 백악관 참모진도 트럼프가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작년 6월 이란과의 12일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에 대해 깊이 감명을 받은 상태였다.

◇ 美 참모 “이란 정권 전복 시나리오, 헛소리”

왼쪽부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EPA 연합뉴스

회의를 마치고 미 정보 당국은 네타냐후의 주장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밤새 평가했다.

미 정보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기 전 당국자들에게 이런 평가 결과를 보고했다. 하메네이 참수 작전과 이란의 반격 능력 무력화는 미국의 정보력과 군사력으로 달성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이란 내부의 민중 봉기 가능성, 세속적 지도자를 내세운 정권 교체 가능성은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회의에 합류했다. 래트클리프 CIA 국장은 네타냐후의 정권 교체 시나리오는 “터무니없는 일”(farcical)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마크 루비오가 “한마디로 헛소리”(it’s bullshit)라고 말을 보탰다.

래트클리프는 어떤 분쟁에서든 정권 교체를 달성 가능한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돌아온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여러 참모진이 정권 교체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댄 케인 합참의장을 쳐다보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케인 합참의장은 “이스라엘은 통상 과장한다”며 “계획이 부족한데도 우리가 필요하기에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교체는 “그들의 문제”(their problem)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이스라엘인지 아니면 이란 국민인지는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당무계한 것으로 평가된 항목들보단 이란 지도부 제거와 이란 군사력 약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 합참의장,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경고했지만

며칠 후 케인 합참의장은 군사 작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란 공격이 미국의 무기 비축량을 급격히 소진할 것이며 이를 신속하게 보충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을 확보하는 건 극히 어려운 일이며 이란이 봉쇄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이란 정권이 항복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케인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각 선택지가 갖는 위험성과 2차·3차 파급 효과를 제시했다. 이에 트럼프는 거듭 “그다음엔?”이라고 물으며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모습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의 임기 동안 외교 정책에서 이란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이란을 유일하게 위험한 적으로 여기면서 이란의 핵무기 확보를 저지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었다. 이란이 트럼프 암살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도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하려는 동기의 일부였다. 네타냐후의 설득은 이란 신정 체제를 해체하려는 트럼프의 욕구와 맞닿아 있었다. 더욱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는 작전이 성공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능력에 대한 신뢰가 한층 커진 상태이기도 했다.

◇ 헤그세스 공격 지지… 밴스는 반대

내각에서 이란 공격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헤그세스 국방장관이었다. 루비오는 전면전보다는 최대 압박 작전을 지속하길 선호했지만 트럼프를 설득해 전쟁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와일스 실장은 군사 문제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내는 편이 아니었다. 대신 대통령이 케인, 래트클리프, 루비오 등 전문성을 가진 보좌관들의 의견을 듣도록 독려했다. 와일스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급등할 것을 우려했지만 결국 전쟁에 동의했다.

트럼프 측근 중 전쟁에 강력히 반대한 것은 밴스 부통령이다. 그는 이란 정권 교체 전쟁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봤지만, 트럼프가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공격의 범위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후 트럼프가 대대적 공격을 결정한 것이 확실해지자 전쟁을 서둘러 끝낼 수 있도록 압도적인 전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밴스는 여러 사람 앞에서 트럼프에게 이란과의 전쟁으로 중동에 혼란이 발생하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지 세력을 분열시킬 수 있다면서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믿었던 유권자들이 배신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마지막 주에 이란 공격 일정을 크게 앞당길 새 정보를 논의했다. 알리 하메네이가 다른 최고 당국자들과 대낮에 지상에서 회의할 것이라는 정보였다. 폭격에 완전히 노출되는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트럼프는 사실상 몇 주 전에 이란을 공격하기로 마음을 굳혔으나 공격 시점은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재촉했다. 같은 주 쿠슈너와 윗코프가 제네바에서 이란과 회담한 뒤 트럼프에게 전화했다. 이란에 핵연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란의 핵 농축 활동이 민수용인지 핵폭탄 제조를 위한 것인지를 시험하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란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쿠슈너와 위트코프는 트럼프에게 합의를 이루는 데 몇 달이 걸릴 수 있다며 갈 길이 멀다고 보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난 2월 26일 오후 5시 상황실에서 최종 회의가 열렸다. 모든 참석자의 입장이 명확했다. 이전 회의들에서 모든 논의가 이뤄진 상태로 모두가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회의는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 이외에 밴스, 와일스, 래트클리프, 데이비드 워링턴 백악관 법률고문,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과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 케인과 헤그세스, 루비오가 참석했다.

석유 공급 차질에 대처해야 할 스콧 베넷 재무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이 회의에서 배제됐고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은 배제됐다.

헤그세스와 케인이 공격 순서를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자 모두에게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게 나쁜 생각이라는 건 알지 않느냐”면서도 “하지만 결정한다면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와일스도 미국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래트클리프 국장은 최고 지도자를 제거하는 것을 정권 교체로 본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워링턴 고문은 전쟁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이 어떻게든 공격할 것이라면 미국도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스티븐 청은 여러 홍보상 문제점을 열거하면서도 트럼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이 옳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빗은 공보팀이 최선을 다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어차피 이란을 처리해야 한다면 지금 하는 편이 낫다면서 일정한 규모의 병력으로 일정한 기간 내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술적 평가를 제시했다.

케인은 군수품 소진이 작전에 초래할 위험을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명령하면 군이 실행한다는 입장이었다.

루비오는 목표가 정권 교체나 봉기라면, 해선 안 되지만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 파괴가 목표라면 달성 가능하다고 밝혔다.

NYT는 “모두가 트럼프의 직관에 따랐다. 아무도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도록 해야 하고, 이스라엘이나 역내 전역에 미사일을 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케인 합참의장은 다음 날 오후 4시까지는 공격을 승인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다음 날 오후 케인이 제시한 마감 시한 22분 전에 전용기에서 명령했다. “에픽 퓨리 작전이 승인됐다. 중단은 없다. 행운을 빈다.” (“Operation Epic Fury is approved. No aborts.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