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커 칼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2년 7월 뉴저지 배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보수 진영의 최대 ‘스피커’이자 폭스뉴스 간판 진행자 출신인 터커 칼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악(evil)’과 ‘전쟁 범죄(war crime)’라는 단어까지 동원하며 맹폭을 가했다. 칼슨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유세 도중 총격 암살 시도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것을 두고 “신의 개입(divine intervention)”이라며 하느님이 그를 살렸다고 극찬했던 핵심 우군이었다. 그런 그가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사실상 전면적인 정치적 결별을 선언하면서 보수 진영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칼슨은 6일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트럼프가 7일 오후 8시(미 동부 시각)를 최종 합의 시간으로 설정해 두고, 이란의 민간 인프라에 대한 타격을 위협한 점을 정조준했다. 그는 이를 명백한 “전쟁 범죄, 도덕적 범죄”라고 규정하며, 트럼프의 무력 행사가 결국 “대규모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노리는 행태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의 것을 힘으로 빼앗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식 ‘힘의 외교’가 원초적인 폭력과 약탈 행위에 불과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칼슨의 이런 극단적인 비판은 최근 워싱턴 정치권을 경악하게 만든 이른바 ‘부활절 트윗’ 사태와 맞물려 더욱 폭발력을 가졌다. 앞서 트럼프는 기독교 최대 축일인 지난 5일 부활절 아침,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란을 향해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이 미친 놈들아(Open the Fuckin' Strait, you crazy bastards).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살게 될 것이다. 알라를 찬양하라”라는 원색적인 글을 올렸다. 현직 대통령이 부활절에 욕설과 타 종교에 대한 조롱을 쏟아내자 정가는 발칵 뒤집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를 “통제 불능의 광인”이라 불렀고,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 직무를 박탈하는 수정헌법 25조를 논의해야 할 정도로 미쳤다”며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비난했다.

칼슨 역시 이 게시물을 언급하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 기독교 지지층의 핵심 가치인 종교적, 도덕적 잣대를 끌어와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의 행태를 두고 “모든 면에서 혐오스럽다”고 직격하며 “트럼프는 인간 행동에 제한을 두는 성경의 가르침을 명백히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예수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향한 놀랍도록 은밀하면서도 효과적인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트럼프를 ‘반(反)그리스도’에 빗대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른 종교를 조롱하는 것은 곧 모든 신앙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기독교 유권자들을 향해 “(트럼프를) 지지할 수는 없다. 그것은 악이다(You cannot support that. That is evil)”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역시 즉각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는 7일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칼슨을 겨냥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IQ 낮은 사람”이라고 원색적으로 깎아내렸다. 이어 자신은 더 이상 “칼슨과 상대하지 않는다”고 못 박으며 강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보수 핵심 인플루언서의 공개적인 반발은 이란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과 트럼프 사이의 간극을 벌리고 있다. 특히 이란 전쟁에 회의적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거나 투표를 포기할 명분을 제공하면서 보수 내부의 균열을 가속하는 모양새다. 현지 정치권과 언론들은 이 같은 지지층 분열이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