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정리원 주석이 7일부터 12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국민당 주석의 방중은 2016년 이후 10년 만으로, 미·중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뿐 아니라 미·중 구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7일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정 주석은 이날 방중 길에 오른다. 오후 상하이에 도착한 뒤 8일 대만의 국부(國父) 쑨원이 안장된 난징 중산릉을 참배한다. 이후 9일 오후 베이징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방중에는 국민당의 장룽궁, 샤오쉬첸 부주석과 장야핑 대륙사무부 주임, 롄성우 청년 업무 담당이 동행한다.
◇ 국공회담 주역 동행… 習 만남 성사되나
동행 인사 가운데 장룽궁은 2005년 국공회담(대만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간 지도자 만남)을 성사시킨 주역 중 한 명이며, 롄성우는 당시 국공회담에 참석했던 롄잔 당시 국민당 주석의 아들이다. 이번 방문이 단순한 교류 확대를 넘어 과거 국공 협력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측의 초청 발표 형식도 이례적이었다. 중국은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이 아닌 당 중앙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을 통해 초청 사실을 발표하며 기존보다 격을 높였다. 홍콩 성도일보 등 중화권 매체는 이를 두고 중국이 정 주석 방문을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했다. 정 주석 역시 취임 160여일 만에 방중에 나서며 속도감을 보이고 있다.
정 주석 방중의 핵심은 시 주석과 만남 여부다. 회동이 성사될 경우 시 주석이 국민당 주석을 만나는 것은 10년 만이다. 양안 관계가 안정적이던 2015년(국민당 집권) 주리룬 당시 주석이 시 주석을 만났고, 민진당 집권 후 2016년 10월에 훙수주 당시 주석이 야당 대표로 중국을 찾았다. 정 주석은 지난 1일 시 주석과 만남을 “회피할 수 없는 역사적 임무”라고 언급하며 회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대만 카드’ 부상
이번 방중은 미·중 관계와도 맞물린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월 중순 방중을 앞두고 정 주석을 초청했으며, 이를 통해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외교적 주도권 확보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군사·안보 이슈는 미·중 갈등의 핵심 변수다.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는 양국 간 주요 쟁점으로, 5월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약 130억달러(약 19조5741억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를 추진했으나, 중국 반발을 고려해 이를 발표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과 홍콩 명보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이후 대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무기 판매 여부뿐 아니라 발표 시점까지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 내부에선,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이 포함된 민진당의 특별국방예산조례 통과를 막아서며 군사·안보 노선에서 민진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국민당은 반중 성향 라이칭더 총통 탄핵 절차에도 착수하며 정치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파면보다는 공세 성격이 짙어, 실제 파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이런 가운데 정 주석은 방중을 둘러싼 ‘친중·반미’ 프레임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미국 NBC 인터뷰에서 “중국 대륙과의 관계 증진이 미국과 관계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제로섬이나 양자택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대만이 ‘우크라이나 다음’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전쟁 회피를 위한 긴장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이 총통은 정 주석의 대중 유화 노선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일 “어떤 사람은 권위주의 세력과 악수·교류하고 타협해 주권을 포기하면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진정한 평화는 권위주의에 고개를 숙이거나 타협해서 얻는 것이 아님을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