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적진 한복판에 추락한 미 공군 F-15에서 비상 탈출한 장교가 36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되면서 미군의 전설적인 생존 훈련인 ‘SERE’가 주목받고 있다.
5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ERE는 생존(Survival), 회피(Evasion), 저항(Resistance), 탈출(Escape) 4단계로 구성된다. 적지에서 고립됐을 때 명예로운 귀환을 목표로 하는 훈련으로, 미 정예 전투 조종사들과 특수부대원들이 이수한다.
첫 ‘생존’ 단계에선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익힌다. 조종사는 전투기 격추 시 사출 후 낙하산으로 착륙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위험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스트레스를 덜 받고 칼로리 소모를 최소화하며 생존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을 배운다. 또한 불편함을 견디며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법을 익힌다.
공군 훈련 영상을 보면 사막과 북극 등 다양한 야생에 던져진 장병들은 부상을 스스로 치료하고, 강에서 식수를 확보하고,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야자 잎이나 얼음 블록으로 은신처를 만드는 기술을 익힌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을 가정해 선인장이나 딱정벌레를 먹으며 버티는 훈련도 포함된다.
그다음은 적의 눈을 피하는 ‘회피 기술’을 배운다. 조종사는 적을 따돌리면서 동시에 약속된 구조 지점으로 이동하는 법이다. 각 임무 계획에는 조종사와 본부가 비행 전에 합의한 구조 대비책이 포함돼 있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적지에 추락했던 스콧 오그래디 대위는 6일간 개미를 잡아먹으며 숨어 지냈고 야간에만 이동하며 단신으로 무선 신호를 보내 구조됐다.
적에게 발각될 경우를 대비한 ‘저항’ 훈련도 받는다. 이를 위해 격투술을 배우고 소형 화기를 활용한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기술은 기밀로 분류된다.
무력 이외에도 ‘저항’의 핵심 중 하나는 적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SERE 훈련은 6·25 전쟁 당시 포로로 잡힌 미군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생포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저항하겠다”는 복무신조를 수립했다. 이에 미군 포로는 적에게 이름·계급·생년월일·군번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마지막 단계인 탈출에서는 무선기와 신호탄 등을 활용해 아군 구조대와 접촉해 안전하게 복귀하는 훈련을 받는다.
미 공군 측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조명탄, 무전기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적을 피하고 안전하게 귀환하는 방법을 교육받는다. 이번 이란전에서 실종된 장교가 무선 위치 신호기(비콘)와 보안 통신 장비를 갖추고 있으나, 적에게 탐지될 수 있어 상시 신호 발신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특수작전부대 출신으로 민간 SERE 훈련 학교의 수석 강사인 제이슨 스미스는 “핵심은 잡히지 않는 것”이라며 “이상적으로는 조종사가 구조될 수 있는 최상의 위치에 자신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에서 구조된 장교는 훈련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