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만우절은 이라크 국민들에겐 ‘거짓말 같은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 날이 됐다. 이라크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이라크 축구 대표팀이 볼리비아를 2대1로 꺾고 본선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간판 스트라이커 아이멘 후세인(30)이 후반 8분 결승골을 넣었다.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사상 두 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이라크는 프랑스·노르웨이·세네갈과 조별 리그를 치른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인접국인 이라크에서도 1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포연은 가시지 않는 상황에도 무수한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기를 흔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전역은 폭죽과 노래, 환호로 뒤덮이며 하루 종일 축제 열기에 휩싸였다. 바그다드의 한 시민은 외신 인터뷰에서 “전쟁 중이라 더욱 값진 승리”라며 “종파를 넘어 온 국민이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틀간 공휴일을 선포했다.
조국에 값진 승리를 선물한 선수들도 멕시코에서 감격에 젖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이라크 대표팀 11명 가운데 3명은 스웨덴, 2명은 독일, 1명은 영국 이민 가정 출신이었다. 전반 10분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린 알리 알하마디(24)는 “경기가 끝나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이브라힘이 사담 후세인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평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수감되면서 한 살 때 어머니와 함께 조국을 떠나 영국 리버풀에 정착했다. 뒤이어 아버지도 어렵게 영국으로 건너왔다. 알하마디는 “아버지와 우리 가족, 그리고 모든 이라크 국민이 지금 이 순간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기뻐했다.
이날 벤치를 지킨 베테랑 수비수 레빈 술라카(34) 역시 어린 시절 전쟁을 피해 스웨덴으로 피란을 떠났다. 그는 “2007년 아시안컵에서 이라크가 우승했을 때 스웨덴에서 아버지와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런 환희를 다시 국민에게 선사할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사는 이라크 디아스포라(이민자)들도 멕시코로 날아와 관중석에서 함께 기쁨을 나눴다.
‘메소포타미아의 사자들(이라크 대표팀 별칭)’에겐 이번 플레이오프로 향하는 여정 자체가 도전이었다. 전쟁으로 이라크 영공이 폐쇄되면서 일부 선수는 요르단 암만까지 차로 10시간을 이동해 비행기에 올라야 했고, 유럽을 경유해 사흘 만에 멕시코 몬테레이에 도착했다.
그레이엄 아널드(63·호주) 감독은 위기 속에서도 팀을 하나로 묶는 데 힘썼다. 이라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부임 이후 10개월 중 8개월을 바그다드에서 보낸 그는 최근 국제 정세 악화로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몬테레이에 머무는 동안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집중력 유지에 공을 들였다. 아널드 감독은 “4600만 이라크 국민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며 “이번 성과가 이라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