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가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정식 배치하면서 일본이 고수해 온 전수방위(専守防衛·공격을 받을 때 방어용으로만 무력을 행사함) 원칙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장거리 미사일은 상대 영토나 함정의 미사일 거점을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이다. 앞으로 일본은 적의 공격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발사 준비에 착수했거나 발사한 직후라면 장거리 미사일로 발사 원점을 무력화한다는 계획이다.

3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육상자위대는 이날 구마모토 겐군 주둔지와 시즈오카 후지 주둔지에 장거리 미사일 배치를 시작했다. 구마모토에는 일본산 12식 지대함 유도탄 개량형이 배치된다. 사거리 약 1000㎞로 중국 연안과 대만 주변 해역까지 도달 가능하다. 시즈오카에는 변칙 궤도로 비행하는 도서 방어용 고속 활공탄이 배치된다. 현재 수백㎞ 수준인 사거리를 개량을 통해 2000㎞까지 늘릴 계획이다. 고속 활공탄은 미야자키 에비노 주둔지, 홋카이도 가미후라노 주둔지 등에도 배치될 예정이다.

지난 17일 일본 구마모토현 육상자위대 겐군 주둔지의 이동식 발사대에 12식 지대함 유도미사일이 장착돼 있다. /AFP 연합뉴스

장거리 미사일 배치는 2022년 말 개정된 ‘안보 3문서’에 따른 것이다. 방위성은 당초 2020년대 후반 배치할 예정이었으나, 군비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자위대뿐 아니라 해상·항공자위대도 장거리 미사일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해상자위대는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도록 이지스함을 개조한 뒤 승조원 훈련까지 마쳤다. 토마호크의 사거리는 약 1600㎞로, 해외 발사 시험 후 9월쯤 나가사키 사세보 기지에서 본격 운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일 미군이 아닌 해상자위대가 직접 토마호크를 운용하는 건 처음이다. 항공자위대는 노르웨이제 JSM 순항미사일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첫 실물 JSM을 인도받았으며, 최신 F-35A 스텔스 전투기에서 운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일본의 장거리 미사일 배치는 중국과의 전력 격차를 줄이려는 것이다. 중국은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 미사일을 약 2000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본은 미군과 합쳐도 대응이 어렵다는 평가다. 방위성은 2032년까지 사거리 2000~3000㎞급 차세대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본격 양산·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자위대 간부는 “일본을 공격하는 것은 손해라고 느끼게 만들어 상대 의지를 꺾을 필요가 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하지만 미사일 보관용 화약고 부족, 훈련장 확보, 원거리 공격을 위한 자위대와 미군의 정보 통합, 지역 주민들의 불안 등의 문제로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