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물가 지표로 여겨지는 돼지고기 가격이 8년 만에 최저로 내리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록적인 공급 과잉과 내수 소비 부진이 맞물리며 가격이 생산 원가 밑으로 추락하자, 중국 정부는 최고 단계 경고를 발령하고 강제적인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1일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전날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의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kg당 15.31위안(약 3353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폭락한 수치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이 kg당 16위안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관련 자료 집계가 시작된 이래 2018년 5월과 이번 뿐이다.

지난 2월 중국 장쑤성의 한 돼지농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돼지고기 소비는 쌀 소비에 버금간다. 육류 소비의 60% 이상이 돼지고기이며, 이는 연간 1인당 40kg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돼지고기 가격 하락은 전체 물가 지표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이 널뛸 때마다 비축량을 조절하며 가격을 통제하기도 한다.

◇ 수요 잠잠한데 공급만 넘쳐… 팔수록 적자

돼지고기 가격 폭락의 일차적 원인은 통제 범위를 벗어난 과잉 공급이다. 현재 중국의 돼지고기 공급은 정점에 달해 있다. 3월 주요 양돈 기업들의 돼지 도축 계획은 전월 대비 17.6% 급증했으며, 일부 지역은 전월 대비 40% 이상 증가한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도축 시기를 놓친 140kg이상 대형돈(규격 외 돼지)도 시장에 쏟아지며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차이신은 “오랫동안 도축을 미뤄왔던 돼지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지난 2년간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했어서 완만한 감산이 필요한 시점이었으나, 감축 과정이 더디고 비효율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수요는 적다. 춘제(春节·중국 설) 연휴 이후 전통적인 소비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경기 침체 여파로 외식 수요가 더 얼어붙었다. 그 결과, 돼지고기 가격 대비 사료 가격 비율이 5대 1 미만으로 내려 양돈 농가들은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간에 진입했다. 통상 5대 1 비율은 양돈 농가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 정부 억제에도 단기 반등 어려울듯

상황이 이렇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돼지 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했을 때 내리는 ‘1급 경고’를 발령했다. 중국 당국은 가격 하락세를 막기 위해 중앙 비축육을 사들이는 한편, 강도 높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농업농촌부는 번식용 모돈(母豚) 사육 목표치를 기존 3900만두에서 3650만 두로 7.8% 하향 조정했고 연간 도축량 목표치도 하향했다. 동시에 도축 체중을 엄격하게 관리하며, 연간 생산 등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간 권고 수준에 머물렀던 감산 정책을 보다 강한 규제로 전환해 공급을 강제로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돼지고기 가격 폭락으로 인한 경제 영향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종합금융 회사 난화선물(南华期货)는 보고서에서 “양돈 기업들이 즉시 감산 조치를 시행하더라도, 과잉 공급 문제가 완화되기까지는 최소 10개월의 시차가 있을 것”이라며 돼지고기 가격 폭락으로 인한 물가 하락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