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대이란 작전과 관련된 미국의 기지 사용 요청을 거절한 데 이어 미국 군용기의 영공 진입을 불허했다. 스페인이 미군의 군사작전에 잇따라 제동을 걸자,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전쟁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란 전쟁과 관련돼 스페인 내 군사기지 사용은 물론 스페인 영공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치를 이미 미국에 설명했다면서 미국의 이란 공습이 “근본적으로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라고 했다.
앞서 스페인은 미군의 군사 기지 허용도 불허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을 “일방적 군사 행동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하며 미군이 스페인과 공동으로 운영 중인 카디스의 로타 해군 기지와 세비야의 모론 공군 기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타와 모론 기지는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과 아프리카 대테러 캠페인 등 미국의 중동 지역 군사력 증강을 위해 사용된 곳이다.
이에 따라 스페인군은 대이란 군사 작전과 관련된 미군 전투기와 공중 급유기의 이착륙을 불허하고 있으며, 영국이나 프랑스 등 제3국에서 출격해 스페인 상공을 경유하려는 미군기의 영공 통과도 승인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단 비상 상황이 발생한 기체의 착륙이나 영공 통과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는 이 조치로 중동으로 향하는 미군 폭격기들이 경로를 우회하고 물류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등 작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스페인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우리가 방어할 의무를 지고 있는 나토 회원국인 스페인 같은 나라가 우리에게 영공 사용을 거부하고 자랑까지 하면서, 기지 사용까지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나토의 목적이 유럽이 공격당할 때는 우리가 유럽을 방어해 주지만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는 유럽이 우리의 기지 사용 권리를 거부하는 것이라면 이는 좋은 협정이 아니다. 계속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좌파 정당인 사회노동당 대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앞서 나토 회원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으로 올리는 데 동의했지만, 스페인만 이를 수용하지 않고 GDP 대비 2.1% 올리는 것으로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초 스페인이 방위비 증액에 소극적이고 이란 공습에 자국 군사 기지를 불허한 점을 언급하며 “스페인은 끔찍했다. 모든 무역을 중단할 것이다. 아무런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