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이란의 유전과 발전소, 하르그섬을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한 영향 등으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약 11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뉴욕 증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즉각적인 통화 정책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잠시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국제 유가의 무게에 짓눌려 혼조세로 마감했다.
30일(현지 시각)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0.19% 상승해 배럴당 112.78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16.89달러까지 올라 이란전 시작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브렌트유는 이달 들어 약 55% 급등했는데 1988년 이후 최고치다. 이전 월간 기록은 1차 걸프전 때인 1990년 9월(46%)이었다. WTI는 3.25% 오른 배럴당 102.88달러에 마감했다. WTI 역시 이달 약 53% 상승했는데 2020년 5월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 등의 영향을 받았다.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거나(아마 도달하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즉시 정상 통행 상태가 되지 않으면, 그동안 의도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던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유전, 하르그섬을 폭파하고 완전히 말살할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신중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더 많은 미군 병력이 중동 지역에 도착하고 예멘의 후티 반군이 전쟁에 가세하면서 휴전에 대한 기대가 약화된 영향도 반영됐다”고 했다.
뉴욕 증시는 여러 차례 방향을 바꿨다. 이날 증시는 하락세를 보이다 당장 통화 정책을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파월 의장 발언이 전해지며 잠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이어지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번졌고 결국 혼조세로 끝났다. 다우 평균은 0.1% 상승했지만, S&P500 지수는 0.4%, 나스닥 지수는 0.7% 떨어졌다. 기술주 부진도 영향을 끼쳤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이달 들어 각각 7.8%, 8.6% 하락했고, 2022년 말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전이 시작된 이후 상승한 S&P500 지수 종목은 단 62개에 불과하다.
다만 파월 의장이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지운 영향으로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통화 정책에 가장 민감한 미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9%포인트 떨어진 3.82%,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0%포인트 내린 4.34% 수준에서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