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이란 대사관은 X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축하하는 AI(인공지능) 생성 영상을 게시했다. 이란 병사가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배경으로 셀카봉을 들고 웃으면서 주스를 마시는 모습이 담겼다. 대사관은 영상에 “오늘의 재미있는 게시물”이라면서 “텔아비브를 더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석류(이란의 특산물) 주스를 마셔라”라고 적었다. 그보다 앞선 23일 이슬람혁명수비대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가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영어로 “트럼프, 당신은 해고됐어(You’re fired)”라면서 “이 사안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Thank you for your attention to this matter)”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서 사용해 유명해진 표현과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쓰는 문구를 이용해 트럼프를 비난한 것이다.
이란이 최근 미국을 겨냥해 AI와 소셜미디어를 사용한 사이버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월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는 논란 속에서도 AI로 만든 가짜 영상·이미지와 과격한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국정 홍보와 적성국 공격에 활용해왔는데, 이란이 그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며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클렘슨대 미디어 포렌식 허브 연구소에 따르면 X, 인스타그램, 블루스카이 등에서 친이란 콘텐츠를 유포하는 계정은 최소 62개다. 이슬람혁명수비대가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계정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텍사스나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에서 현지 주민이 운영하는 것처럼 속이고 있다. 예컨대 아일랜드 코크주에 사는 20세 여성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계정은 평소 아일랜드 정치와 관련한 게시물을 올렸지만,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 공습으로 숨진 뒤에는 하메네이를 순교자로 띄우고 미국에 대한 분노를 부추기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반미 사이버 선전물 상당수는 미국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이름을 언급한다. 트럼프가 과거 자신이 엡스타인과 어울렸다는 의혹에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란을 공습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은연중에 떠올리게 하는 심리전으로 분석된다. 이란의 소셜미디어·AI 공격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8일 러시아·중국 측이 어떻게 이란을 돕는지 경로를 분석한 소셜미디어 분석 기업 그래피카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란 국영 매체가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을 전하면 친이란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이 이를 토대로 AI 생성 영상을 만들고, 중국 및 러시아와 연계된 계정에서 유포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러시아 관영 매체 RT의 X 계정에는 1분짜리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란 국영방송 IRIB가 AI를 활용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은 이란 미사일이 뉴욕으로 날아가 자유의 여신상을 들이받아 산산조각 내는 장면을 보여주고 ‘모두를 위한 하나의 복수’라는 말로 끝난다. 이 영상은 조회 수가 150만회가 넘고, 1만번 이상 공유됐다.
미국과 이란의 사이버 선전전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백악관은 골프에서의 홀인원을 이란에 대한 대규모 폭격으로 빗댄 동영상을 만들어 전쟁을 희화화한다는 논란을 불렀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비전통적 미디어 전략의 또 다른 사례이며 지난 며칠 동안 백악관 영상은 20억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