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핵심 탄약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우크라이나에 공급 예정이던 무기를 중동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

2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용 무기 일부를 중동으로 돌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란과의 전쟁이 4주째에 접어들면서 탄약 재고 부담이 커지자 미국은 이러한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군은 전쟁 초기 16일간 1만1000발 이상의 탄약을 사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밀 타격 미사일 프리즘(PrSM) 등 핵심 전력 재고가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상으로는 260억달러(약 39조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전용 대상 무기로는 사드를 비롯해 방공 요격 미사일이 거론된다. 이란의 드론 및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무기이기 때문인데, 실제로 미군은 최근 유럽과 동아시아 등지에 배치된 방공 미사일을 중동 담당 중부사령부(CENTCOM)에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문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한 ‘우크라이나 우선순위 요구 목록(PURL)’을 통해 확보된 무기 물량이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PURL은 유럽 국가들이 비용을 부담해 미국산 무기를 키이우에 공급하는 프로그램으로, 우크라이나 패트리엇 포대 미사일 약 75%와 방공 탄약 대부분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암묵적으로 전용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무기 전용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한다”고 응답하는가 하면, 미 국방부는 최근 PURL 프로그램으로 조달된 자금 중 약 7억5000만달러(약 1조1303억원)를 자군 군 재고 보충에 사용하는 방안을 의회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에 유럽 내에서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현재까지 무기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일부 유럽 외교관들은 향후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향후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에서 방공 능력이 제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관료들 또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가 스테파니시나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성명을 통해 “중동 작전 초기 발생했던 공급 차질 건이 해결됐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상당한 불확실성의 시기에 봉착했다”고 인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중동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워싱턴에서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된다”고 발언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자체적인 탄약 생산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차관은 직전 1년간 미 방위 산업 기반 강화와 정밀 무기 생산 확대를 주요 과제로 설정, 전쟁 비용 충당과 생산 인프라 확충을 위해 의회에 2000억달러(약 300조원) 추가 예산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이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내 방산업계가 인력난 및 제한적 생산 인프라 등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단기간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어려우며, 중국이 텅스텐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쥐고 있어 원자재 수급 또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사용한 토마호크 미사일 약 535발을 재확보하는 데에만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