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은 소설가 한강이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작가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내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를 수상하며 한국 문학이 지닌 세계적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와 AP, 로이터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NBCC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판 연도 시상식에서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한강이 쓴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We Do Not Part)을 선정했다.
NBCC상은 미국 출판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평론가들이 매년 시, 소설, 논픽션, 전기, 번역서 등 부문별로 최고 도서를 선정해 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단은 여러 심사 과정을 거쳐 후보작이 지닌 문학적 완성도를 철저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한강은 지난 1월 최종 후보 5편에 이름을 올린 뒤 치열한 경합을 거쳐 최종 수상자로 낙점됐다. 앞서 2024년 김혜순 시인이 시 부문을 수상한 적이 있지만, 소설 부문 수상은 한국 작가 최초다.
이번 소설 부문 수상은 NBCC상 51년 역사에서 번역본이 차지한 세 번째 사례다. 2001년 독일 작가 제발트가 쓴 ‘아우스터리츠’, 2008년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가 집필한 ’2666′에 이어 18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이번 한강 작가 영어판 번역은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공동으로 맡았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1940년대 한국 제주도에서 벌어진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이 친구가 있는 제주도로 향하며 겪게 되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서사가 압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폭력이 남긴 비극적인 상흔과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참상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현지 평론가들은 한강 특유 문체가 비극적 역사와 만나 만들어낸 압도적 깊이에 찬사를 보냈다. 올해 NBCC 소설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헤더 스콧 파팅턴은 NYT에 “눈부신 우울, 암울한 날씨, 중얼거리는 듯한 구문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분위기 있고 시선을 사로잡는 꿈처럼 여운을 남긴다”고 극찬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매체도 이번 수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며 한강이 다룬 제주 4·3 사건이 지닌 역사적 배경과 문학적 의미를 상세히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