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동으로 이동 중인 미 해병대원 2200명은 호르무즈 해협 주변과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에 산재한 섬들을 장악해 해협의 해상 통행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약 2200명의 제31 해병원정대를 태운 미 해군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은 지난 11일 일본 오키나와를 출발했으며, 17일에는 싱가포르 인근의 말라카 해협을 지나는 것이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항해 속도라면, 23~27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 해군의 최신형 강습상륙함(LHA-7)인 트리폴리함. 약 2200명의 제31 해병원정대를 태운, 만재 배수량 4만5000톤에 길이가 257m인 이 경(輕)항모는 17일 말라카 해협을 지나는 것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현직 미국 고위관리들은 미국은 이 부대를 이용해 이란 남쪽 호르무즈 해협 내 섬 일부를 점령하고 기지화해 유조선ㆍ화물선의 통행 안전을 보장하고 이란과의 협상 지렛대로 쓸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미 해병원정대는 함정을 기반으로 독립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하도록, 육군ㆍ공군ㆍ지원 전력(戰力)이 통합된 자급형 신속대응부대다. ▲장갑차와 포병으로 무장한 해병 보병 중심의 지상전 부대 ▲F-35B 전투기와 MV-22 오스프리 수직ㆍ단거리 이착륙 군용기, 헬리콥터를 포함한 항공부대 ▲부대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지휘부 ▲군수 지원 대대로 구성돼 있으며, 해상ㆍ공중을 통한 기습 작전에 특화돼 있다.

현재 이란은 남부 연안의 여러 섬들을 통제하면서, 이곳에 석유 인프라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하고 동굴 내에 무인 해상드론ㆍ고속정과 같은 소형 선박을 은폐하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연주

페르시아만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가장 큰 섬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450㎞ 떨어진 페르시아만 북쪽에 위치한 하르그(Kharg) 섬으로, 이란산(産) 원유 수출의 90%가 이곳을 경유한다. 미국은 지난 13일 기뢰 저장소, 미사일 발사대와 같이 이 섬의 군사 타깃 90여 개를 파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이 해협 봉쇄를 지속할 경우 면적이 25㎢에 불과한 이 섬에 가득 들어선 석유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하르그 섬의 석유 시설이 파괴되면 이란 경제는 거의 마비되고 세계 유가는 또다시 폭등하게 된다.

그러나 저널은 “군사 전문가들과 전직 미국 관리들은 미 해병대가 하르그 섬의 석유 인프라를 파괴하는 대신에 점령해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랭크 매킨지 전 미 중부사령관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석유 인프라를 파괴해 이란 경제와 세계 경제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주거나, 아니면 이를 점령해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후자(後者)는 세계 경제를 영구적으로 훼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제31 해병원정대의 섬 장악 작전은 트리폴리함에서 해병과 장비를 실은 상륙정을 발진시켜 해안에 직접 투입하는 해상 작전이나, 활주로 없이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된 F-35B 전투기와 헬기를 이용한 공중 강습으로 수행될 수 있다.

이 항공기들은 함정이나 인근 걸프 국가들에서 출격할 수 있다. 이미 중동 국가들은 자국 내 미군 기지에서 미군이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허용했다.

미 해병대는 또 페르시아만에 있는 다른 섬들을 점령해, 이란의 고속정 활동을 차단하고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겨냥한 미사일의 발사를 차단하고 격추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는 데 동원될 수도 있다.

저널은 “미 해병대의 또 다른 목표는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위치한 케슘(Qeshm) 섬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로로 길죽한 이 섬엔 이란 해군 함정과 미사일이 배치된 지하 터널이 존재한다. 이란은 서울의 2.5배 크기인 이 섬(1491㎢)을 통해서, 해협을 오가는 선박의 흐름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밖에, 케셈 섬 서쪽에 공항이 있는 키시 섬이나, 케셈 동쪽의 바위섬으로 소형 공격정이 정박하는 호르무즈 섬을 점령할 수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본토가 아닌 연안 섬들에 해병대를 배치함으로써, “이란 땅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켰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미 중부사령부 내 해군사령부를 지휘했던 존 밀러 전 중장은 “미 해병대가 배치된다면, 일정 기간 전술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걸프[페르시아만]의 섬들이 될 것”이라고 저널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