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항구 간 물자 운송을 미국 선박에만 허용하는 이른바 ‘존스법(Jones Act)’을 60일간 면제한다고 밝히면서 법안의 내용과 기대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과 대화에서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존스법 적용을 두 달간 면제한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향후 60일간 외국 선박도 항공유와 비료를 포함한 주요 에너지 자원을 미국 내 항구 간 직접 운송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존스법은 미국 상선법 제27조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미 해군 전력 강화와 조선업 보호를 목표로 1920년 제정됐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 지분이 75% 이상이며 ▲미국인 선원도 전체 정원의 75% 이상인 선박만 미국 내 항구에서 승객과 물품을 운송할 수 있다. 미 본토와 하와이, 알래스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간 해상 운송에 널리 적용돼 왔다.
존스법은 단기적으로는 미 조선업 보호에 기여했으나, 탈냉전 이후 자유무역 확대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한국,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선박 건조에서 품질 우위를 확보하는 동안 경쟁의 필요성이 사라진 미 조선업체들은 연구 및 체질 개선에 소극적 행보를 이어왔으며, 그 결과 미국의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은 2024년 기준 0.1% 규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이 미국 내 유가 운송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에너지 운송에 필요한 대형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경우 한국, 중국 대비 최소 3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존스법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미국의 수역 개방법안’이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발의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연일 널뛰기를 거듭 중인 에너지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고육책으로 이번 유예 조치를 취한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서부 텍사스나 남부 루이지애나에서 생산된 휘발유 및 디젤을 동부 해안으로 보내는 경우, 외국 유조선을 활용하면 운송비 인하로 공급이 더 원활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날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의 5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7.38달러를 기록, 종가 산출 이후에는 배럴당 111달러대로 치솟으며 9일 만에 110달러 선을 돌파했다. 4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장중 한때 배럴당 100.5달러까지 오르며 상승폭을 키운 바 있다.
앞서 존스법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 한해 유예가 이뤄졌다.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와 2022년 허리케인 피오나 등으로 푸에르토리코 섬에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을 당시 유예 조치가 적용됐으며, 2021년 미국 최대 연료 공급망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랜섬웨어 공격으로 마비됐을 때에도 한시적 면제가 적용된 바 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최근 일련의 상황 또한 긴급하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효과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 해운 자문사 카라차스 마리타임 어드바이저스의 바실 카라차스 최고경영자(CEO)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전형적인 조치로, 휘발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정책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퍼 니켈 미 메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또한 “존스법이 휘발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약 1.5센트(약 20원) 내외일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