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권력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은신처에서 사망한 가운데, 이들을 지탱하던 내부 안보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Mossad) 요원들은 이란 보안군 지휘관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우리는 당신의 동선은 물론 가족의 이름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의 편에 서지 않으면 지도자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녹취록에서 일부 이란 지휘관은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제발 도와달라”며 읍소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인사들의 연쇄 사살에 모사드의 심리전까지 겹치며 이란 정권 내부의 사기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특히 이란 안보의 핵심축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불과 나흘 만에 숨지면서 이란 내부의 충격은 배가 됐다. 당시 라리자니는 선글라스를 낀 상태로 등장해 “용감한 지도부는 패배하지 않는다”라며 건재를 과시했었다. 라리자니는 전쟁, 외교, 국가안보 관련 의사 결정의 중심에 서있던 인물로,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사실상 이란의 ‘실질적 지도자’로 부상해 있었다.
이스라엘은 초기에는 이란 지휘부를 겨냥했지만, 이후 체육시설·검문소·은신처 등으로 공격 범위를 넓히고 ‘내부 통제 구조 붕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바시즈 본부와 지휘시설을 집중 타격해 조직원들을 외부로 몰아낸 뒤 이를 추적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라리자니와 같은 날 사망한 바시즈 민병대 수장인 골람레자 솔레이마니도 이 같은 방식으로 제거됐다. 본부 건물이 폭파되자 숲속 텐트로 몸을 피한 솔레이마니를 이스라엘이 이란 시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끝까지 추격해 사살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지 민병대가 대체 집결지로 활용하던 아자디 스타디움 등 대형 스포츠 시설까지 타격해 수백명의 요원을 한꺼번에 제거하기도 했다.
WSJ은 “고위 지도자부터 하위 대원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의 요원들이 사망하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무질서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은 IRGC, 바시즈 등 내부 보안군과 관련된 2200개 이상의 표적을 포함해 총 수천 개의 목표물에 1만여 발의 탄약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또한 테헤란 시내 곳곳에 배치된 검문소와 오토바이 기동대를 드론으로 24시간 감시하며 실시간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이란 보안요원들이 공습을 피하려 다리 밑이나 민간 주거지로 숨어들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이 정권에 치명상을 입혔지만, 공습만으로 정부를 전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공습만으로 정권이 무너진 사례는 드물다”며 “만약 정권이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더 대담하고 위험해진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고, 이는 정권에 명백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