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6일 테헤란 표적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발표한 알리 라리자니(왼쪽)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골람레자 솔레이마니(오른쪽) 혁명수비대 산하 민병대 ‘바시즈’ 사령관./AP·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이란의 안보 수장 격인 알리 라리자니(68)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표적 공습해 제거했다고 17일 밝혔다. 라리자니는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개전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군 수뇌부가 대거 사망한 이후 생존 최선임자로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이스라엘 ‘2차 참수작전’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라리자니가 사망해 지옥의 심연으로 떨어졌다”며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를 지휘하던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사령관도 별도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했다. 바시즈 민병대는 지난 1월 이란 시위대 학살을 주도한 세력으로 하메네이 정권의 핵심 기반이다. 이스라엘은 두 사람 이외에도 전쟁 지도부 인사 수십 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제2차 참수 작전’으로 이란의 전쟁 지휘부를 거듭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이란 당국은 이날 라리자니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라리자니 제거로 이란 정권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고 고무된 분위기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르몽드에 “라리자니는 이란 정권의 실질적 수장으로 이스라엘과 걸프국 공격 등을 지시한 장본인”이라고 했다. 알자지라는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인 모즈타바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라리자니가 실권자였다“며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암살“이라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가 17일 이란 고위 관리 제거 작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 X

1958년 이라크에서 출생한 라리자니는 이란 방송(IRIB)에서 언론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81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혁명수비대에 입대해 준장까지 진급했다. 문화이슬람지도부 장관, IRIB 사장, 알리 하메네이 국가안보고문 등을 거쳐 2005년 대선 낙선 후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하메네이가 자신의 유고 시 라리자니를 권한대행으로 임명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라리자니는 공개 활동을 하며 미국·이스라엘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전날엔 아랍 국가들을 향해 ‘이슬람 세계가 단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지난 13일엔 테헤란 시내에서 이스라엘 규탄 집회에 참석해 “이란 국민의 결의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1인자’ 하메네이 부자(父子)의 사망·부상에 이어 ‘2인자’ 라리자니까지 제거함으로써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이 상당히 손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제 이스라엘은 이란 정치권과 접촉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란은 하메네이 등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활동 중인 여러 조직으로 통치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 주요 직위자들은 4순위까지의 유고 대행 순위를 지정해둔 상태로 알려졌다.

◇이란, 호르무즈 우회항구 타격

앞서 이란은 16일 호르무즈 해협의 핵심 우회로인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를 이틀 만에 재차 타격했다. 푸자이라항 석유 선적 작업은 14일 첫 피격 이후 중단됐다가 주말 사이 재개됐지만, 이날 다시 전면 중단됐다. 이번 공격은 미·이스라엘 연합군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허브인 하르그섬을 공습한 데 따른 보복으로 풀이된다. 푸자이라 항구는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바깥바다로 수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의 보복 위협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UAE는 내륙 아부다비 유전에서 원유를 육상 송유관으로 동부 오만만 연안의 푸자이라까지 보내 수출해 왔다.

16일 세계 최대 규모 초산성가스 정제 시설인 아부다비 샤(Shah) 가스전과 두바이 국제공항도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나면서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초산성가스는 황화수소 함량이 극히 높은 가스로, 정제 과정에서 비료·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황을 대량 생산한다. 샤 가스전이 장기 가동 중단에 들어갈 경우 UAE 국내 전력·산업용 가스 공급은 물론 세계 황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