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웅 신임 OECD 대사./뉴스1

백태웅 신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는 14일 “이재명 대통령님의 특명전권대사로서 OECD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미력이나마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온힘을 다 쏟으려 한다”고 했다.

백 대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주 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로 임명을 받고’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백 대사는 “세계는 지금 평화와 안보가 근본적으로 도전받고 2차 대전 이후 성립된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유 무역의 정신과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호혜 협력의 국제 질서가 변화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 기구도 어려운 시간을 맞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포성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님을 새삼 확인한다”고 지적한 백 대사는 “환율과 국제 유가와 글로벌 공급망이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공고한 국제법적 질서, 다자 기구의 역할, WTO 등 국제기구의 새로운 위상이 정립돼야 한다”고 했다.

백 대사는 “이러한 상황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된 국가적 발전 비전을 만들어 대응 해 나간다면 도리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은 지난 시기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이 됐고, 민주주의와 인권, 국민주권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역량을 기초로, 개발 협력, 기후변화 대응, 지속 가능한 성장 등 국제사회의 가치 실현을 위한 논의에 동참하고 그 방향을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OECD는 선진국 클럽으로 알려져 있지만, 38개 회원국이 모여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 발전과 보다 나은 인류의 삶을 이끄는 정책을 설계하고, 국제 사회의 표준을 만드는 세계 규범의 산실이기도 하다”며 “이에 단순히 국제 정세를 해석하거나 통상 관계를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AI) 속에서 새로운 국제협력질서의 핵심 규범을 논의하면서, 국제 기준과 규범의 형성과 발전에 기여하고, 국내 성과의 국제화 등 한국과 세계의 연결 통로가 되고자 한다”고 했다.

백 대사는 지난해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검찰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중앙선대위 산하에 설치한 ‘국제 기준 사법 정의 실현 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서울대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출신인 백 대사는 1984년 이른바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복역했다. 1989년 시인 박노해씨 등과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가,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국제앰네스티 등 국내 각계에서 석방 운동이 일어났고,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난 그는 미 노터데임대에서 국제 인권법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고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법대 조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부터 유엔 인권이사회 ‘강제실종 실무그룹’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2020년 의장을 역임했다.

백 대사는 국제법·인권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OECD 대표부 업무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임명 직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백 대사는 “지난 30년 가까이 국제 사회의 한가운데 서서, 캐나다의 대학과, 법조계 활동, 유엔 인권이사회를 포함한 국제적 활동을 통해 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전문가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힘을 모아 통합적 전문성을 갖춘 단위를 이끌어 나가겠다”며 “각국 대표들과 실용적이면서도 유연한 협상을 이끌며 소임을 잘 수행해 가려 한다”고 했다.

OECD 한국 대표부는 OECD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OECD 대사는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가 없어, 이재명 대통령의 신임장을 받아 부임하면 된다.